데이비드 코언 前 부국장 "오바마 행정부의 2014년 감시 금지 지침은 시대착오적"
AI·양산 통신·양자 등 첨단 기술서 中에 밀려… "적대국 표적 삼아 민간에 정보 제공해야"
베이징, 외국 기관 겨냥 '영업비밀 보호 규정' 맞불… 전문가 "정부 주도 스파이는 부패 초래"
AI·양산 통신·양자 등 첨단 기술서 中에 밀려… "적대국 표적 삼아 민간에 정보 제공해야"
베이징, 외국 기관 겨냥 '영업비밀 보호 규정' 맞불… 전문가 "정부 주도 스파이는 부패 초래"
이미지 확대보기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핵심 인사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 정보 공동체의 철칙이었던 '민간 상업 이익 목적의 경제 스파이 활동 금지' 원칙을 공식 폐기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는 중국 상무부가 외국 정보기관의 영업비밀 탈취에 대응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기술 방어벽을 높이는 시점과 맞물려 미·중 첩보전의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10월 29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5~2017년 및 2021~2025년 두 차례에 걸쳐 CIA 부국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코언(David S. Cohen)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미국의 핵심 첨단기술 리더십이 중국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이미 추월당하고 있다"며 국가 주도의 경제 첩보 활동 재개를 주장했다.
"2014년 오바마 지침 폐기해야"… 민간 첨단기술 경쟁에 첩보망 투입 주장
코언 전 부국장이 겨냥한 것은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 정책 지침(PPD-28)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무차별 도청 폭로 파문 이후 동맹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민간 기업에 상업적 경쟁 우위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 기업을 감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코언 전 부국장은 이 원칙이 급변한 지정학적 현실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쿠바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스라엘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조차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국가 차원의 스파이 공작을 펼쳐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국가 안보가 AI, 6G 통신, 양자 컴퓨팅, 생명공학 등 실리콘밸리 민간 기업들의 혁신 생태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짚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기술경쟁에서 자국 기업들이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로 낙오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새로운 경제 첩보 작전의 범위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대국만을 엄격히 타깃으로 한정하고, 정보기관이 수집한 민간 첩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최첨단 전략기술 부문의 특정 민간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실행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中 상무부, '영업비밀 보호 특별규정' 맞불… 美 첩보 확대 비판
코언의 이 같은 제안은 중국 정부가 자국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영업비밀 보호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면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국 상무부(MOFCOM)는 지난 26일 외국 기업이나 기관이 중국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경우 무역 제한, 수출 금지, 벌금 부과 및 관련 인사의 입국·체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중국 영업비밀 보호 특별 규정(의견수렴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어 과학기술부도 AI, 바이오, 태양광 등 14개 핵심 분야의 수출 금지·제한 목록 개정을 추진하는 등 기술 쇄국에 나선 상태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현직 CIA 부국장 마이클 엘리스가 "AI,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정보 수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미국 정보기관이 정상적인 글로벌 경제 경쟁을 방해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정부 주도 스파이는 부패 초래"… IP 생태계 붕괴 우려도 비등
외교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정보기관이 민간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스파이 활동에 나설 경우 막대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독일 마샬 펀드의 피터 체이스(Peter Chase)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외국에서 훔친 상업 기술 정보를 국내 민간 기업에 배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순간, 수혜 기업 선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극심한 정경유착과 로비, 부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체이스 연구원은 또한 국가 주도의 상업 스파이가 전 세계 지식재산권(IP) 보호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글로벌 특허 및 IP 체계는 기업이 정부에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신 법적 배타성을 보장받는 신뢰에 기반한다"며 "만약 정보기관이 경쟁국의 상업 기술을 탈취해 자국 기업에 넘겨준다면 어느 다국적 기업이 그 나라에 특허를 등록하고 혁신 투자를 감행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국제 지정학 및 정보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관세와 수출 통제를 넘어 국가 정보 자산을 민간 산업 경쟁력의 지렛대로 직접 동원하려는 냉전식 첩보전 단계로 비화하고 있다"며 "워싱턴 내에서 경제 스파이 합법화 논의가 공식화될 경우, 글로벌 기업 간의 정상적인 크로스보더 기술협력과 다국적 공급망 신뢰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