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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 떠나도 지옥"… 다카이치 '대만 발언' 1년, 中 보복에 퇴로 막힌 日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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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 떠나도 지옥"… 다카이치 '대만 발언' 1년, 中 보복에 퇴로 막힌 日 기업들

과거 고이즈미 시절 '정냉경열' 통로 완전 소멸… 게이단렌 방중 1년째 중단
中 경제 규모 日 4배 급증·안보화 심화… 진출 日 기업 1만 118개로 2년새 22% 급감
반간첩법 17명 구금·희토류 수출통제 보복 직격… "정상회담 없인 돌파구 없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026년 1월 19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026년 1월 19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외교 갈등이 1년째 장기화하면서 중국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과거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민간 경제계를 중심으로 물밑 대화 통로를 열어 긴장을 완화했던 이른바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의 공식이 완전히 붕괴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중심의 권력 집중과 국가 안보 최우선주의, 그리고 20년 사이 4배 이상으로 벌어진 양국의 경제적 체급 차이가 맞물리며, 일본 경제계의 민간 외교 카드가 베이징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구조적 교착 상태에 갇혔다는 평가다.

11월 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년 전에는 정치적 경색 국면마다 재계가 앞장서 양국 정치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로비해 관계 개선을 이끌어냈다"며 "하지만 지금의 중국 관료와 기업들은 오직 시진핑 주석의 눈치와 신호만 살피고 있어, 양국 정상 간의 담판 없이는 민간 차원에서 상황을 바꿀 방법이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오쿠다의 '밀사 외교'는 옛말… 게이단렌 대표단 방중마저 무산


실제로 게이단렌은 지난 5일, 지난 8월 타계한 오쿠다 히로시(奥田碩) 전 회장(전 토요타자동차 사장)에 대한 추모 행사를 열었다. 오쿠다 전 회장이 게이단렌을 이끌던 2002~2006년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당시 오쿠다 회장은 외교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단독 면담을 갖고 베이징 지도부의 진의를 파악해 도쿄에 전달하는 등 민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75년 이후 반세기 동안 거의 매년 중국을 찾아 지도부를 면담해 온 게이단렌 중심의 '중·일경제협회 합동 대표단'도 올해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 1월 예정됐던 방중 일정이 양국 관계 악화로 전격 연기된 이후 연내 방문이 최종 무산됐으며, 내년 봄 재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日 GDP 4배로 커진 中… '안보화'에 진출 기업 22% 짐 쌌다


민간 채널이 이처럼 무력화된 배경에는 양국의 역전된 경제적 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일본을 추월한 이후 현재 일본의 4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일본의 전체 대외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7%에서 2009년 이후 줄곧 20%를 웃도는 핵심 시장이지만, 반대로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3%에서 2025년 5%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 입장에서 일본의 경제적 지렛대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시진핑 지도부의 극단적인 '경제안보 우선주의'가 기름을 부었다.

중국이 2014년 반간첩법(방첩법)을 제정한 이후 구금된 일본인은 최소 17명에 달하며, 최근 구속 리스크가 고조되자 주재원 철수와 지사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제국데이터뱅크(TDB) 조사 결과, 지난 6월 기준 중국 내 활동 중인 일본 기업 수는 1만 118개로 불과 2년 전보다 22% 급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가해진 중국의 정밀 보복은 기업 현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표 비철금속 기업 미쓰이금속(三井金属)은 지난 4월 중국 랴오닝성에 반도체 장비용 희토류 가공소재 판매 법인을 설립했으나 개점휴업 상태다. 일본 본사에서 제조한 핵심 부품을 중국 내에 판매하려 했으나 베이징 당국의 자원 수출 및 통관 통제로 공급망이 차단됐다.

"탈중국도 잔류도 위험"… 딜레마 빠진 일본 경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업계에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진입한 중국의 실버·의료·간병 시장은 일본 기업들에 대체 불가능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부품 협력사들과 손잡고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제조 연계도 여전히 끈끈하다.

일본 경제산업성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대중국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동남아 등 제3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비즈니스 공급망까지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마스오 치사코(増尾知佐子) 규슈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정당성과 직결된다"며 "일본이 이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한 중국의 표적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수 침체에 빠진 중국 역시 다자간 무역 틀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만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등 다자 협상 틀을 지렛대 삼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과 안보적 억제를 정밀하게 병행하는 새로운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