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인기를 자랑하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 중에서도 중요한 캐릭터 중 한명인 제이미 라니스터 역을 맡은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를 인터뷰했습니다. ‘왕좌의 게임’ 최종장의 결말을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가 말하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미국인 에디터 알렉스 파파데마스(Alex Pappademas)에 의한 취재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코스터 왈도는 마지막 시즌은 정말 강렬했다는 말로 인터뷰의 서두를 열었다. 한 전투장면(인터넷 소문에 의하면, 이것은 윈터펠을 위한 싸움이라고 합니다)은 3개의 촬영지를 사용해 춥고 습한 날씨 중에 50일 밤낮에 걸쳐 촬영된 것. 당시 정말 힘들었지만 최종 시즌이었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내가 만난 코스터 왈도는 48세로 제리 사인펠드(미국의 인기배우 겸 스탠드 업 코미디언)같이 흰색의 뉴 발란스를 신고 연갈색 머리카락에는 상당한 흰머리도 섞여 있었다. 그는 ‘왕좌의 게임’ 이전엔 여러 편의 미국영화에 출연해 전쟁영화의 스나이퍼, 바람을 피우는 남편, 톰 크루즈 영화에서 톰에게 총을 들이대는 남자 등을 연기했다. 그의 경우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라도 어딘가 갈 곳을 잃은 주연배우와 같은 인상을 안겼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랬다.
코스터 왈도는 1994년 덴마크 스릴러 ‘나이트 워치’로 데뷔해 연쇄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자 의심을 받는 인물 중 하나인 시체안치소 경비원을 맡았다. 이 영화가 대히트를 치면서 일약 덴마크의 유명배우가 된 그는 다니고 있던 영국의 영화학교를 중퇴하고 본격적으로 배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그에 대해 “성공한 영화의 주역을 맡았으니 오퍼의 전화는 울릴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실제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바보였다”고 코스터 왈도는 회상한다.
그리고 “하지만 유명하게 된다는 것의 일면에 대해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의 젊은 배우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나는 덴마크에서 5~10년은 무엇을 할 때마다 ‘나이트 워치’ 배우로만 알려졌다. 젊은 배우로서는 미칠 것 같은 일임에 분명했다. 나를 그 틀에 넣지 말아줘, 난 그런 배우가 아니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왕좌의 게임’ 이후에도 일어날 것이다. 명성이란 개념은 외부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완전한 껍데기다. 그것은 현재의 자기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장래적으로 관계를 가질 것도 없다.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과 무관한 이야기들 속에서 소비된다는 것이며 그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게 될 것”이라고 코스터 왈도는 젊은 배우들에게 조언한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에 대해 말하자면 코스터 왈도는 1999년 ‘Misery Harbour(원제)’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이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활약한 소설가의 악셀 산데모스의 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이 산데모스는 덴마크 문화에 ‘양 손의 법칙(jantelovenn)’이라는 개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10가지의 윤리규정은 개인주의보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덴마크라고 하면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 최고인 이유에는 이런 가치관이 관련돼 있는 것일 수 있다.
‘양 손의 법칙’의 제1조는 ‘자신을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으로, 제7조에는 ‘자신이 무언가에 뛰어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도 있다. 이러한 가치관은 바이킹의 후예가 사는 지극히 잘 조직된 사회에서 자라나는 가운데 몸에 붙는 많은 가치관과 함께 코스터 왈도의 머리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이 가치관이야말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정중하게 거절할 것 같은 그의 인품을 형성한 것이다. 이때 나는 도끼 던지기에 흥을 깨는 주위의 소리로 그의 발언을 놓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질문에 대답한 뒤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안 되겠다며 나가더군요.
매우 예의 바른 코스터 왈도이지만 단호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시즌의 제이미의 운명에 대해 끈질기게 물었을 때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라고 웃는 얼굴로 깨끗이 거절당했다. 그는 그리고 한 숨만 내쉬며 “제이미의 팔이 생기는 거예요. 잘린 팔이” 라고 진지한 얼굴로 말해 주었다. 이에 대해 인터뷰어인 나는 “겨우 들을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팬들이 그가 어떤 힌트를 내줄 순간을 고대했던 거죠. 제이미의 팔이 만들어지는데 여러분들이 생각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코스터 왈도는 계속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촉수 같으세요? 라고 물으며 그는 손톱입니다. 손톱이 나와요. 아니 그것은 동물의 앞다리와 같은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마 그는 농담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제이미 라니스터에게 주는 보답은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이 시리즈의 최초로 제이미 러니스터를 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 지극히 특별하고 많은 점에서 뛰어난 인간이라고 믿고 있어 모든 장면에서 ‘양손의 법칙’을 부수고 있었다.
그러나 끝에서 2번째 시즌이 끝날 즈음에는 그는 자신의 인생을 파탄내는(레나 헤디가 맡은)서세이에 충성을 겨우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서세이는 제이미의 쌍둥이 누나이며 그의 자식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세이가 철의 왕좌(아이언 슬론)를 요구한 직·간접적인 결과로 아이들이 모두 비명에 사망했다.
그는 서세이로 인해 심하게 고통을 받고 있고, 그녀의 명령으로 인해 고통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녀의 빚을 갚는 것은 언제나 라니스터 가문이고,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쌍둥이 누나 서세이를 찾는 제이미의 감정은 (근친상간이라는) 금기 외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이미와 서세이의 사랑(말 중간에 제이미는 서세이 이외의 여자를 모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말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때문에 지금까지 TV에 그려져 온 모든 관계 중에서도 가장 광기 어린 것 중 하나다. 그러나 헤디와 코스터 왈도는 둘의 관계에 항상 있지 않는 상냥함을 불어넣었다. 코스터 왈도는 그 이유에 대해 서세이를 찾는 제이미의 감정은 (근친상간이라는) 금기 외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끌리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끌렸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누나는 아니더라도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할 사람, 예를 들어 친한 친구의 여자 친구 등입니다. 제이미가 서세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은 ‘왕좌의 게임’의 몇 안 되는 진정한 러브 스토리의 하나”라고 코스터 왈도는 설명해 주었다.
라니스타 가문 중에서도 가장 응원하고 싶은 것은 피터 딘클리지가 역을 맡은 티리온이죠. 잔혹함을 내면화한 듯한 삶을 극복하고, 압박감 속에 감춰진 용기를 일으켜, 질 좋은 레드와인을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은 통쾌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초월적 사고를 가진다는 의미로 응원하고 싶은 건 서세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왕좌의 게임’에서 유일하게 왕국을 이끌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코스터 왈도가 역할을 맡은 제이미는 가장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라니스터 아닐까요.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되풀이하고 굴욕적인 삶에서 출구를 찾으려 했고, 믿었던 모든 것이 자신을 버린 것을 이해한 뒤에도 살아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사람들이 티리온의 대사를 티셔츠에 프린트 하는 것은 최고의 자신이 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반면 제이미 라니스터 대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나 같은 남자는 달리 없다 .나뿐이야 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울버린 적인 쿨한 대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그의 깊은 고독을 느껴야 한다. ‘왕좌의 게임’의 가장 어른스러운 부분은 그 잔혹함이나 성적 노골성만은 아니다. ‘히어로 판타지’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들이 때때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설명한다. 코스터 왈도는 제이미에 대해 “그는 인생에서 많은 성공이나 기쁨을 얻지 못했다.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은 부서져 버리고 만다”고 말하고 있다.
몇 시즌 전에는 제이미가 딸에게 친아버지라고 전하려고 용기를 내는 장면이 있었다. 코스터 왈도는 이 장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배우로서의 그의 진정한 볼거리였다. 하지만 몇 초 후에 그녀는 서세이의 적이 탄 독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웨스터로스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의 최신 시즌에 관해 가장 짜증나는 것을 꼽아보라고 묻자 그는 강한 임팩트를 주기위한 이슈가 되는 전개를 중시한 나머지 캐릭터들에게 스스로를 되돌아 볼 여유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예로 자신들의 자식들이 모두 죽는 삶의 중요한 국면에서조차 그들에겐 스스로를 다시 볼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그 이유로 각본가를 귀찮게 했다”라고 코스터 왈도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개가 비약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상례이지만 제이미와 서세이는 자신의 마지막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논의할 수 없었을까요? 그리고 이제 서세이는 여왕이 되겠다고 했으니. 너무나 많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배우로서는 이러한 점을 이어가야하며 때로는 꽤 큰 비약이 필요하게 된다. 많은 감정적인 다리를 놓아야 한다”라며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