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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8개 온라인 은행, 예금 74% 폭증 후 자산 관리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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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8개 온라인 은행, 예금 74% 폭증 후 자산 관리 시장 '정조준'

지난 5년간 고객 기반 확보 성공, 고수익 자산 관리 사업 확장 선언
대출 및 순이자 수익도 큰 폭 증가, 중국 본토 투자자 유치에도 박차
홍콩의 8개 디지털 은행이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고객 예금을 유치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8개 디지털 은행이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고객 예금을 유치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
홍콩의 8개 디지털 은행이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고객 예금을 유치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한 데 힘입어, 향후 몇 년 안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은행들이 오랫동안 장악해 온 자산 관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고 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019년 홍콩금융관리국(HKMA)으로부터 가상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ZA Bank, WeLab Bank, Mox Bank, Ant Bank, Livi Bank, PAO Bank, Airstar Bank, Fusion Bank 등 8개 무점포 은행 모두 2024년에 예금, 대출, 순이자 수익에서 상당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순이익을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1일 발표에 따르면, 자산 관리 사업에서의 순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입 개선에 힘입어 손실 규모를 크게 줄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항공청(HKMA)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은행에 제한적인 수의 지점 개설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했지만,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 디지털 은행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디지털 채널을 통해 축적한 고객 기반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자산 관리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CMP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이들 8개 디지털 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643억 9천만 홍콩달러(미화 83억 달러)의 예금을 유치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74%나 증가한 수치다.

2024년 총 대출액은 247억 3천만 홍콩달러로 30% 증가했으며, 순이자 수익은 22억 9천만 홍콩달러로 4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총 손실액은 전년도의 26억 5천만 홍콩달러에서 크게 감소하며 수익성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ZA Bank는 지난해 7월 월간 이익 증가를 달성했다고 밝혔으며, 위랩 은행은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구체적인 수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ZA Bank는 80만 명의 고객과 194억 홍콩달러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Mox Bank는 65만 명의 고객과 173억 홍콩달러의 예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디지털 은행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예금 규모는 24억 홍콩달러에서 거의 70억 홍콩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Mox Bank는 60억 홍콩달러로 가장 많은 대출을 실행했으며, ZA Bank가 56억 홍콩달러, WeLab Bank가 55억 홍콩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ZA Bank의 CEO인 캘빈 응은 올해 고객 기반을 100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ZA Bank는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프랭클린 템플턴 등 20개 이상의 펀드 회사의 170개 펀드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며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응 CEO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최근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투자 상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가진 고객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그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장기적인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펀드 상품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위랩 은행 역시 자사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특히 중국 본토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위랩 은행은 실적 발표에서 "중국 본토 여행객 중 68%가 홍콩 방문의 주요 목적으로 개인적인 재정적 필요를 관리하는 것을 꼽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새로운 고객 부문에 맞게 디지털 서비스를 맞춤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중국 본토 방문객 증가율이 상반기 대비 8배나 증가했다고 덧붙이며, 이러한 추세가 2025년에도 이어져 신규 고객 확보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Mox Bank 또한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자산 관리 사업과 대출 상품을 강화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홍콩 기반 컨설팅 회사 퀸란 앤 어소시에이츠(Quinlan &Associates)의 CEO 겸 관리 파트너인 벤자민 퀸란은 "8개의 디지털 은행은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확보한 고객 기반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은행들이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퀸란 CEO는 "디지털 은행은 개인의 결제 및 거래 데이터에 대한 매우 강력한 가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기반 금융 그룹인 그랜드 파이낸스 그룹(Grand Finance Group)의 회장이기도 한 로버트 리 와이왕 의원은 홍콩의 디지털 은행들이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를 잇는 경제권인 대만구(Greater Bay Area)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리 의원은 "8개의 디지털 은행은 홍콩에서 첫 5년 동안 성공적인 시작을 보였다"며 "홍콩을 넘어 서비스를 확장함으로써 이들 대출 기관은 훨씬 더 큰 고객 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구 프로젝트는 베이징이 주도하는 대규모 경제 통합 프로젝트로, 홍콩, 마카오 및 광둥성의 9개 본토 도시 간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콩 디지털 은행들이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