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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유튜버 실명 공개?…日 '디지털 인보이스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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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유튜버 실명 공개?…日 '디지털 인보이스제' 논란

프리랜서 소득 신고 시 실명 공시 의무화하는 세법 개정안 내년 10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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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톱 인보이스' 공식 사이트
버추얼 유튜버의 본고장 일본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실명 등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의 세금법 개정안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3년 10월 1일 시행 예정인 세금법 개정안에는 이른바 '디지털 인보이스'라는 제도가 포함된다. 해당 제도는 법인 사업자는 물론, 유튜버나 프리랜서 작가·성우 등 개인 사업자들이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낼 때 실명 등 개인 정보 기재를 의무화하고 이를 인터넷 상에 공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일본 최대 출판만화사 슈에이샤는 최근 온라인 저널에서 해당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누카이 준 칼럼니스트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인보이스제로 인해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며 "실질적 세수 확보를 명목으로 시장 축소, 사업 기회 상실을 일으킬 백해무익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한 국내 법조계 관계자에게 해당 제도에 관해 묻자 "법인에 소속된 이들에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제도로 보이는 만큼 상당수 현직 크리에이터들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개인 단위 자율성을 중시하는 창작업계 입장에선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제도"라고 평했다.
사진=키즈나 아이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키즈나 아이 유튜브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등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개인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추얼 유튜버의 선구자는 지난 2016년 데뷔한 이래 유튜브서 300만 구독자를 끌어모은 일본의 키즈나 아이다.

국내를 포함 세계 각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유튜버들은 일반적으로 예명으로 활동하며 이들의 신상 정보를 파헤치는 것은 금기로 여긴다. 독일의 메타버스 기업 센서리움 측은 이에 관해 "신상 노출을 원치 않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버추얼 유튜버는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의 신상 정보가 노출돼 피해를 입은 사례는 국내에도 여럿 있었다. 스토킹·전화 협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지난해 말에는 아프리카TV의 한 네티즌이 채팅방 '강퇴(강제 퇴장)'에 원한을 품고 스트리머의 모친을 살해하는 계획 범죄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에선 버추얼 유튜버 외에도 상당수의 만화가, 웹 소설 작가, 성우 등이 필명 혹은 예명으로 활동한다. 이로 인해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인보이스제 도입을 반대하는 '스톱 인보이스' 운동이 일어났다. 12일 기준 해당 운동에 온라인 서명 형태로 참여한 이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스톱 인보이스 운동 주최측은 "디지털 인보이스 제도는 지금의 크리에이터들은 물론 기술 발전으로 등장할 새로운 직업들에도 큰 피해를 줄 악법"이라며 "정부를 향한 진정·청원은 물론 지역 의원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도 도입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