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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찬양 버튜버' 나오나…中 정부 '디지털 휴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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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찬양 버튜버' 나오나…中 정부 '디지털 휴먼' 키운다

'빅테크 때리기' 이어가다 돌연 "메타버스 집중 투자" 선언
경제 발전 미끼로 인민 통제 강화?…"정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될 것"

중국 스타트업 엑스모브(Xmov)가 2020년 데뷔시킨 가상 인간 '링'. 사진=엑스모브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스타트업 엑스모브(Xmov)가 2020년 데뷔시킨 가상 인간 '링'. 사진=엑스모브
메타버스 등 IT 산업 분야에서 강경 규제를 이어가던 중국 정부가 지난 달 돌연 '가상인간' 등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빅테크들의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나,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조장하기 위해 콘텐츠 산업을 이용하리라는 우려 또한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 시는 지난 7월 오는 2025년까지 시 정부의 핵심 비전으로 '메타버스'를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가상증강현실(AR·VR) 하드웨어 산업 △3D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NFT 등 블록체인 기술 등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 시도 지난달 말 '메타버스 개발 2개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큰 틀에서는 상하이 시와 같았으나 '메타버스 기반 교육'을 육성해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한편, 상하이와 달리 '디지털 휴먼'을 중요한 키워드로 지목했다.

디지털 휴먼은 흔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인간을 닮은 캐릭터인 '가상 인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IT 전문지 레스트 오브 월드(ROW)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디지털 휴먼'은 로블록스·제페토 등 아바타 기반 서비스부터 실제 인간이 시연하는 버추얼 유튜버, AI 기반 가상 인간까지 아바타 관련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중국의 메타버스 스타트업 멩커VR이 '메타버스 교육' 프로그램을 시연 중이다. 사진=멩커VR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메타버스 스타트업 멩커VR이 '메타버스 교육' 프로그램을 시연 중이다. 사진=멩커VR

중국의 주요 시 정부들이 메타버스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 2년간 중국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통해 IT 업계를 압박하던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은 지난 2년간 반독점 조사·보안 관련 규제 강화 등에 시달렸다.

메타버스에 관해서도 중국 국영 신문들은 지난해까지 "투기 열풍을 부르는 키워드"라고 공격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제일재경(第一财经, Yicai)이 "중국의 메타버스 산업이 2030년까지 40조위안(약 7904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는 등 긍정적 논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중국 IT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와 화웨이는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메타·소니·엔비디아 등이 함께한 '메타버스 표준 포럼'에 참여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말 자체 메타버스 '시랑(希壤)'을 선보였다.

중국 대표 빅테크 텐센트는 이달 초 상하이에서 열린 '2022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WAIC)'에서 "AI 연구소 '유투랩'을 앞세워 메타버스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텐센트는 게임 사업부에서도 별도로 확장현실(XR) 전담 부서를 구성,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텐센트에 이어 중국 게임계 2위로 알려진 넷이즈는 현재 비즈니스 메타버스 '야오타이(瑶台)'를 개발 중이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는 일본 유명 버추얼 유튜버 업체 니지산지와 협업, 2019년부터 버추얼 유튜버 그룹 '버추얼 리얼'을 운영하고 있다. '원신' 개발사 미호요 역시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두고 글로벌 브랜드 '호요버스'를 론칭했다.

미호요가 2020년 5월 선보인 가상 인간 '루미'. 사진=미호요이미지 확대보기
미호요가 2020년 5월 선보인 가상 인간 '루미'. 사진=미호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경제 정책을 미끼로 보다 발전된 기술을 통해 체제 강화에 집중하려는 술책'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버추얼 유튜버' 등 메타버스 콘텐츠가 맹목적 정권 충성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리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IT 전문지 악시오스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인민을 통제하는 것의 암묵적 대가로 경제 성장과 번영을 약속해왔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된 지금, 메타버스는 경제 성장을 위한 방편과 더욱 발전된 디지털 통제 사회를 위한 기술을 모두 제공하는 키워드"라고 지적했다.

일본 메타버스 기업 '커버'는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버추얼 유튜버 32명이 소속된 그룹 '홀로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소속 유튜버가 방송 중에 '대만'을 거론했단 이유로 이른바 '황금방패'라 불리는 정보 검열 대상 기업으로 등록됐고 중국인들의 사이버 테러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커버는 중국 지부 소속 유튜버 6명을 은퇴 시키고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빅테크가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콘텐츠를 통해 '충성 경쟁'에 나선 사례도 있다. 텐센트는 지난 2017년,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는 내용을 담은 모바일 게임 '훌륭한 연설: 시진핑에게 박수를'을 출시했다. 당시 텐센트는 소셜 미디어·게임 사업에 관해 수차례 벌금을 부과 받았다.

상하이 소재 다쉬에 컨설팅의 류한위 연구원은 "미국 등이 정책과 의제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산업 자체를 깊이 파고들었고 게임·가상 아이돌·메타버스 등을 원하는대로 주무를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며 "중국의 메타버스가 중앙 집중화되고 고립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