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디즈니+·애플TV+ 韓 진출 1년…"아직 조용한 파도"

공유
0

[글로벌OTT] 디즈니+·애플TV+ 韓 진출 1년…"아직 조용한 파도"

콘텐츠 전략 '극과 극'…망 사용료 이슈 잠재우고 사업 최적화
HBO맥스·파라마운트+ 韓 '노크'…장기적 생존전략 마련해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국내 진출한 지 1년이 지났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12일 국내에 처음 론칭했고 애플TV플러스는 그보다 8일 앞선 4일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넷플릭스 천하'로 불렸던 국내 OTT 시장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등장으로 글로벌 OTT 기업의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국 OTT 기업의 선전으로 이들 두 회사는 5위권 밖에 머물러있다.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이들 기업이 한국 시장에 남긴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지난 1년 동안 이들이 남긴 성과와 앞으로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커넥트' 스틸컷. 사진=디즈니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커넥트' 스틸컷. 사진=디즈니플러스

◇ 디즈니플러스, 공격적인 투자에도 성공작이 없다?


디즈니플러스는 화려한 론칭쇼를 선보이면서 한국 시장의 진출을 알렸다. 이전까지 한국의 마블팬들이 볼 수 없었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드라마들을 VPN 우회 없이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디즈니플러스는 MCU 드라마를 내세운 시장 공략에 그치지 않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넷플릭스가 증명한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 인프라를 확보하고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디즈니플러스의 전략이다.

론칭과 동시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선보였고 JTBC 드라마 '설강화'의 VOD 판권을 확보했다. 이어 '그리드', '사운드트랙 #1', '키스 식스 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뿐 아니라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더 존: 버텨야 산다' 등 예능 콘텐츠도 선보였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는 여전히 화제성을 확보한 한국 드라마가 없다. 쿠팡플레이가 'SNL 코리아' 하나로 급성장을 이룬 것처럼 가입자 수를 급속도로 확보할 킬러 콘텐츠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여기에 론칭 초기 불편한 UI와 번역 품질 논란으로 고전을 치렀다. 여기에 '설강화'와 중국 드라마 '진수기'로 이어지는 동북공정 논란은 디즈니플러스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논란은 대부분 진정됐지만, 반전을 꾀할 콘텐츠의 부재로 성장세로 돌아서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와 '형사록', '3인칭 복수' 등을 공개하며 화제성을 점차 확보하는 가운데 최민식, 손석구 주연의 '카지노'와 정해인, 고경표 주연의 '커넥트',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주연의 '무빙' 등 대작 드라마로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약 10여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예정돼있어 소위 '대박 콘텐츠'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또 한국 팬들에게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스타워즈'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점차 주목을 받으면서 MCU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슬로 호지스'. 사진=애플TV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슬로 호지스'. 사진=애플TV플러스

◇ 애플TV플러스에게도 한국은 '제3국'인가?


애플의 아이폰 출시 국가 가운데 한국은 꽤 후순위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해 아이폰 점유율이 20%대에 이른 만큼 크게 힘을 싣지 않는 태도가 강하다. 애플의 이 같은 태도는 애플TV플러스에도 적용된 것일까? 애플TV플러스는 놀라울 정도로 K-콘텐츠에 관심이 없다.

애플TV플러스는 지난해 한국 론칭과 동시에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이선균이 주연한 드라마 '닥터 브레인'을 선보였다. 애플TV플러스가 한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인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의 배우와 스탭들이 참여했지만, 한국계 미국인 수 휴와 코고나다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고 미국 제작사 'Media Res'가 제작한 미국 드라마다.

애플TV플러스의 콘텐츠는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만들어진다. 두 나라의 우수한 콘텐츠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애플 디바이스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국내외에서 시청자 수나 시청시간 등 기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점유율을 계산하긴 어렵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애플TV플러스도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애플TV플러스는 현재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제작 계획이 없다. 대신 '파친코'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평단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상을 휩쓸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 측은 '파친코' 시즌2의 제작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조용한 파도, 존재감은 제각각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분쟁과 티빙-시즌 합병, 왓챠 매각설 등 국내 OTT 시장이 격변을 맞이하고 있지만,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평온하다. 이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통해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낸 상태이며 콘텐츠 투자도 각자의 길만 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파친코'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는 큰 화제를 모았지만, 국내에서는 플랫폼의 폐쇄성 때문에 점유율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작품성과 재미를 골고루 갖춘 콘텐츠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미국색이 지나치게 강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디즈니플러스는 올 연말과 내년 초 공개를 앞둔 콘텐츠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범죄도시2'의 스타 손석구가 출연하는 '카지노'는 OTT 이용자들에게 큰 기대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MCU 콘텐츠 역시 최근 부진을 딛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로키' 시즌2가 제작 막바지 단계이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홀리데이 스페셜'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두 서비스가 국내 진출 후 1년을 보낸 사이 미국 OTT 시장의 강자인 HBO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각각 웨이브와 티빙에 업혀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OTT 시장의 경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