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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른해진 예능계에 긴장감 주러 왔다…넷플릭스 '피지컬: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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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른해진 예능계에 긴장감 주러 왔다…넷플릭스 '피지컬:100'

시사·교양 PD가 만든 서바이벌 예능…'몸 좀 쓰는' 100인 신체능력 대결
추성훈·에이전트H·심으뜸·양학선 등 출연…볼거리·이야기 모두 잡은 수작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방송 프로그램의 영역은 세분돼 있고 전문적이다. 예능과 드라마, 교양, 뉴스 등 각 분야의 PD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끔 어떤 PD들은 처음 시작했던 분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방송일을 시작한 박준우 PD는 2019년 드라마 '닥터 탐정'을 만들었다. 이 성과를 발판으로 2021년에는 웨이브와 SBS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모범택시'를 제작하기도 했다.
다른 영역의 프로그램에 도전해 가장 성공한 PD는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대표적이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성공시킨 신원호 PD는 2004년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하며 드라마에 입문했다. 이후 tvN에서 모두가 아는 드라마들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이제는 '드라마 PD'라는 직함이 더 잘 어울린다.

이들 PD는 모두 시사·교양, 예능의 영역에 있다가 드라마로 넘어왔다. 그리고 박준우 PD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비법을 살려 범인을 쫓고, 악당을 응징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신원호 PD는 예능 프로그램의 비법을 살려 유쾌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 한 PD가 있다. 그는 이례적으로 시사·교양의 영역에서 예능으로 옮겨갔다. 진지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연출하다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토록 이례적인 도전을 하는 PD의 이름은 장호기다.

장호기 PD는 채널A에서 방송을 시작해 '먹거리 X파일'과 '신문이야기 돌직구쇼+'를 연출했다. 이어 MBC로 이적해 2016년부터 'PD수첩' 연출을 맡았다. 장호기 PD는 'PD수첩'으로 '올해의 호루라기 언론상'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장호기 PD는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피지컬:100'을 만들었다. "인간의 피지컬을 탐구하겠다"는 철학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는 24일 '피지컬:100'의 공개를 앞두고 언론·미디어를 대상으로 2화까지 사전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피지컬:100'은 대한민국에서 피지컬이 뛰어나다는 100명의 참가자가 5개의 퀘스트를 거치면서 운동능력을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퀘스트를 통과하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수 있고 퀘스트를 탈락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모든 퀘스트를 통과해 최종 우승하게 되면 상금 3억원을 차지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운동능력을 가진 인물들로 선발됐다. 여기에는 특수부대 출신이나 국가대표, 보디빌더, 크로스피터, 인플루언서, 격투기 선수 등이 대부분이지만, 모델이나 댄서, 뮤지컬 배우, 치어리더, 교도관, 소방관, 자동차 딜러 등 예상치 못한 영역의 참가자도 눈에 띈다.

이미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주요 참가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추성훈과 윤성빈, 에이전트H(황지훈), 심으뜸, 양학선, 더스틴 니퍼트 등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면 예상 밖의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독일인 모델 플로리안이나 안무가 전영, 대학생 임정윤, 산악구조대 김민철 등이 2회까지 주목받는 의외의 인물들이다.

'피지컬:100'은 순수하게 몸의 능력을 다루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이는 채널A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별도의 MC도 없고 패널도 없다. 오직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게임만이 있다. 이 때문에 가끔은 예능보다 다큐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서사와 편집이 안겨주는 재미는 원초적이고 몰입감을 높이게 한다.

'피지컬:100'은 신체 능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예능이지만 온전히 힘이 센 사람이 우승하지 않는다. 선공개 영상으로도 공개된 첫 번째 게임인 '매달려서 버티기'만 하더라도 보디빌더나 레슬링 선수 등 중량이 많이 나가는 참가자에게는 불리하다. '공 뺏기' 게임 역시 단순히 힘만 가지고 있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피지컬:100'의 재미에는 편집도 크게 한몫한다. 100명이나 되는 참가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서사를 부여하는 일은 어렵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서사가 부여되기 어려운 인물이라도 그 이름은 방송에 노출될 수 있도록 만든다.

또 '피지컬:100'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 참가자와 여성 참가자가 섞여 있지만 이들이 성별을 나눠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 참가한 여성들도 프로복서, 레슬링 국가대표, 특수부대 중사, 크로스피터, 보디빌더 등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어떤 경기는 혼성 대결도 예고돼있다. 그리고 이미 첫 번째 퀘스트를 통해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입증된 만큼 앞으로 있을 혼성 대결도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편집이 가장 크게 역할을 하는 순간은 한 회가 끝나는 지점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다음 회가 궁금하게 만들면서 끝을 내야 한다. '피지컬:100'이 한 회를 끝내는 지점은 흡사 '오징어 게임'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소위 '쪼는 맛'이라는 지점에서 '피지컬:100'은 앞서 언급한 두 드라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피지컬:100'의 세트는 신체 능력을 겨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세트장은 평창동계올림픽과 BTS 월드투어 콘서트에 참여한 유재헌 미술감독의 작품이다. 신체 능력을 겨루면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는 게 이 세트장의 매력이다. 다만 워낙 거친 퀘스트가 진행되는 만큼 어떤 경기에서는 부상 위험이 걱정되기도 한다.

'피지컬:100'은 연애, 여행 리얼리티가 범람하는 요즘 예능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진행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MC나 패널이 등장하지 않고 출연자들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피지컬:100'은 근육이 넘치고 단백질이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좋지만 근육질 꽃미남들이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어 여성 시청자들도 만족스럽게 볼 프로그램이다.

'피지컬:100'은 총 9부작으로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매주 2회씩 공개되다 마지막 주에 3회분을 공개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