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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 위기에 불똥 튄 OTT…홀드백 강화에 영발기금 부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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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 위기에 불똥 튄 OTT…홀드백 강화에 영발기금 부과까지

극장가, 특정 영화 쏠림현상 확대…총체적 시장 규모 위축 우려
OTT "홀드백 기간은 배급사 결정…적자 확대에 기금 부과는 부담"

높아진 영화 티켓 가격의 영향으로 극장가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극장업계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불똥이 국내 OTT 업계로 번지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높아진 영화 티켓 가격의 영향으로 극장가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극장업계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불똥이 국내 OTT 업계로 번지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올해 들어 극심한 극장가 부진의 여파가 OTT 업계로 튈 전망이다.

한국영화의 총체적 흥행 저하로 극장 산업에 대한 우려가 깊은 가운데 극장업계에서는 OTT 홀드백 규제와 영화발전기금 부과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 업계에서는 콘텐츠 투자 확대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영화발전기금 부과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8일 기준 올해 박스오피스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영웅'이 유일하다. '영웅'은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해 3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올해 1월 1일부터 동원한 관객수는 178만명이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172만명을 기록한 '교섭'이 유일하다. '교섭'의 손익분기점이 35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현재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는 사실상 모두 적자라고 볼 수 있다.

극장가는 지난해 말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과 올해 초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최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평균 관객수가 줄어버린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표면적인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극장 요금이 인상되면서 관객들이 극장 방문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은 1인당 평균 4.37회 극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해 평균 방문 횟수는 2.19회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영화계와 관객들은 극장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극장업계에서는 OTT 홀드백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주장과 OTT 사업자에게도 영화산업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홀드백은 극장 개봉 후 VOD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팬데믹 이전 홀드백 기간은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중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극장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영화의 수익보전을 위해 홀드백 기간이 단축된 바 있다.
최근에는 '비상선언'과 '한산: 용의 출현'이 극장 상영 종료 이후 4주 만에 쿠팡플레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 봉준호 감독의 '옥자' 개봉 당시 넷플릭스는 극장과 OTT의 동시 공개를 추진해 멀티플렉스 3사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OTT로 넘어가면서 개봉영화 자체가 부족해지자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와 2주 홀드백 기간에 합의해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 걸었다.

이처럼 홀드백 기간이 짧아지자 관객들이 굳이 극장을 찾지 않고 OTT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는 게 극장 측 설명이다. 실제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1부'는 극장 개봉 당시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공개 이후에는 한국영화 순위 1위에 머물면서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OTT 사업자도 영화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독립·예술영화 제작과 개봉을 지원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등에서 영화 인재를 양성하는데 쓰이는 돈이다. 통상 영화 티켓 가격의 3%를 부과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화발전기금 여유자금은 27억원 정도다. 올해 사내 유보금 약 584억원에 예상 자체 수입 304억원을 더해 888억원을 모을 수 있지만, 사업비·운영비·이자로 약 861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OTT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VOD 서비스와 OTT에도 기금을 부과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뒤 영화 유통구조가 변하면서 영화관 입장료의 3%를 징수해 마련하는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우리나라도 프랑스, 독일과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국내 OTT에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EU 사례처럼 일정한 이용자 수, 매출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사업자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장 관계자 역시 "프랑스처럼 의무적으로 3%의 기금을 걷어 자국 영화산업으로 환원해야 한다. 홀드백 기간을 강제할 수는 없어도 법적인 기준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OTT 업계에서도 어려움은 많은 상황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홀드백 기간의 경우 OTT 업계의 의지보다는 배급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며 "극장 흥행이 잘되는 영화의 경우 한 달 이상 극장 개봉을 진행하고 나서 기세가 수그러들 때쯤 VOD 출시를 진행한다. 이 같은 결정에는 배급사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발전기금에 대해서는 "콘텐츠 투자와 엔데믹으로 인한 가입자 감소로 국내 OTT 기업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화발전기금이나 방송통신발전기금 모두 현재 OTT 입장에서는 규제에 해당한다. 방송사처럼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권한을 가진 것도 아닌 자율 시장에서 성장한 OTT 기업에게 벌써 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가혹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최근 음원 저작권료 요율 인상을 포함해 저작권법 개정안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발전기금 부과는 OTT 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