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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정기주총, '체제 다지기' 주력…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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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정기주총, '체제 다지기' 주력…지배력 강화

넥슨·넷마블 대표, 본사 사내이사로 합류
크래프톤·NHN·넥슨게임즈 대표 등 연임

위부터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 로고.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위부터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 로고. 사진=각 사
국내 주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게임사들의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주총 안건 중 임기가 마무리된 대표이사들의 재선임 건이 대부분 가결된 가운대 대표의 사내 이사진 합류 등으로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

업계 큰 형님격인 넥슨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를 일본 본사의 사내이사진에 합류시켰다. 이에 이정헌 대표는 지난 2018년 한국법인 대표 취임 후 5년 만에 오웬 마호니 넥슨 본사 대표, 우에무라 시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유럽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패트릭 쉐더룬드 대표 등과 함께 넥슨 그룹을 이끌게 됐다.
넥슨은 지난해 연매출 3억 3946억원, 영업이익 99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8%, 13.3% 높은 실적을 냈다. 지난 2020년 이후 2년만 에 연매출 3조원 클럽에 복귀한 만큼 이 대표의 본사 이사진 합류에는 당위성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요 자회사 넥슨게임즈의 정기주총에선 박용현 대표의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넷게임즈와 넥슨지티의 통합으로 출범된 넥슨게임즈는 지난 2021년 말 신작 '블루 아카이브'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323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전년 매출 631억원, 영업손실 39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넥슨과 더불어 3N의 일원인 넷마블은 올해 주총에서 권영식·도기욱 각자 대표를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 방준혁 창립주가 홀로 지키던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또 윤대균 전임 삼성전자 전무이사, 이동현 한국회계학회기획이사, 황득수 씨제이이엔엠(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거둔 넥슨과 달리 지난해 매출 2조6734억원, 영업손실 1044억원으로 전년 매출 2조5069억원, 영업이익 151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사측은 "게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이사회 역할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개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3N의 일원인 엔씨소프트(NC)는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 후 처음으로 장병규 이사회 의장, 김창한 대표의 연임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됐다. 엔에이치엔(NHN)의 정우진 대표 역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주요 게임사 중 유일하게 컴투스가 경영진에 변동을 줬다. 각자대표를 맡던 송재준 이사가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CIO)로 자리를 옮겨 이주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커다란 변화라기 보단 송병준 이사회 의장 체제를 유지하며 '교통정리'를 한 것에 가까웠다.
넷마블의 2023년 정기 주주총회장 전경. 사진=넷마블이미지 확대보기
넷마블의 2023년 정기 주주총회장 전경. 사진=넷마블

게임사들의 경영구조 자체에는 큰 변화는 없었으나 주총장에선 주가 제고 등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국내 10대 게임사 실적을 살펴보면 연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넥슨·NC·카카오게임즈·그라비티 등 네 곳이었다. NHN은 영업이익이, 크래프톤은 매출이 소폭 줄었다. 더블유게임즈는 둘 모두 소폭 하락했다. 넷마블·컴투스·위메이드는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넷마블 주총에선 지난해 기대작이었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관한 질의가 있었다. 권영식 대표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매출 면에서 회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올해는 모바일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멀티 플랫폼 신작 출시를 통해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크래프톤 주총에선 이날 연임 안건이 오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불참해 "중요한 행사에 나오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짧게라도 주주들에게 이야기해야하지 않냐"는 항의를 받았다.

사측의 주가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17만원대로, 공모가인 49만8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해 출시한 게임들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경영진의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은퇴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C의 주주총회에서도 △중국의 '원신'과 같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게임 개발 △자회사 NC웨스트, 야구단 NC다이노스 등의 경영 부실 해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사측은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쌓고 잠재력 있는 분야에 투자할 것", "강력한 개혁 작업, 운영 개선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NHN과 더블유게임즈는 주주가치 재고를 위한 카드로 자사주 소각을 꺼내들었다. NHN은 당초 지난해 발행주식 총수의 10%대 자사주 소각을 결의했다. 올해 주총을 개최하기 직전인 23일, 자사주 108만516주(발행주식 총수 대비 약 3%)를 오는 31일까지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주가가 4만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2015년 상장 당시 공모가(6만5000원) 수준까지 주가 회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사측은 "자사 보유주 중 10%를 빠른 시일 내에 소각할 예정"이라며 "연말까지 목표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무상증자 등을 통한 주주환원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국내 게임업계에 필요한 키워드로 책임 경영과 세대 교체를 제시했다. 그는 "게임 벤처 1세대들이 회사 경영 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사회생활 이전부터 게임을 해왔던 이른바 '게이머 세대' 보다 젊은 전문 경영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중 정기 주총을 아직 열지 않은 곳은 위메이드이다. 위메이드는 31일 장현국 대표의 세 번째 연임, 김영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이선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심리서비스 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