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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치열해지는 '전고체 vs 반고체' 배터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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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전고체 vs 반고체' 배터리 경쟁

토요타가 실용화를 진행시키고 있는 전고체배터리 시제품. 사진=닛케이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가 실용화를 진행시키고 있는 전고체배터리 시제품. 사진=닛케이 갈무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23배 성장할 전망이다.

SNE 리서치(SNE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124GWh에서 2030년에 2864GWh에 도달해, 연평균 3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5년에 6160억 달러(약 81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올해 전망치 1210억 달러의 5배 수준이다.

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일본이 앞서던 것을 한국이 추월하고, 중국이 혁신을 앞세워 도전하고, 일본이 재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액체 배터리를 고체 배터리로 아예 재료를 바꿔 시장의 판도를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최근 놀라운 발표를 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토요타자동차는 “10분 이상 충전하면 1200㎞까지 주행할 수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세계 자동차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발표가 세계 전기차의 배터리 시장에서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 배터리 원료를 둘러싼 삼국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배터리 제조방식은 액체형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 상태다. 중국의 CATL,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일본의 파나소닉 등 대개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 방식이다.

액체형 배터리의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적지 않아 업계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 장벽과 비용이 문제였다.

이런 가운데 액체 배터리가 장악한 시장에서 뒤진 기업들과 혁신기업들이 액체형과 전고체 사이인 반고체에 도전해 시장 판도를 뒤집으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전고체는 전해질이 고체이고, 반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겔 형태인 반고체 상태다. 전고체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성도 보장되지만, 현재까지는 기술적 난제로 인해 양산이 어렵다.

반고체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사이의 중간 단계로, 액체형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가지면서 양산도 가능하다.

액체형인 리튬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평균 400~500㎞, 반고체는 500~800㎞, 전고체는 800~1000㎞를 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반고체와 전고체 전쟁

반고체 배터리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웨이라이다. 2014년 11월 설립한 이래 반고체 개발에 나서 니오에 최근 1회 충전 시 무려 930㎞를 달릴 수 있는 150kWh 배터리 팩을 개발해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회사는 최근 니오가 개발 중인 ES6, ET7 등을 포함한 6개 모델 매뉴얼에 150kWh 배터리 팩을 사용한다고 공개했다. 반고체 배터리 양산 및 출시가 이제는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리빈 웨이라이 CEO는 항속 측면에서 새 배터리 팩이 ET7을 1000㎞ 이상, SUV ES6도 930㎞까지 주행할 수 있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하이차는 7월 20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2024년에 ‘지지’ 브랜드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반고체 배터리로 보고 있다. 상하이차는 칭다오 에너지와 협력해 고체 배터리 공동 실험실을 설립했다.

중국에서는 이외에도 닝더와 비야디, 꿔샨 하이테크, 푸넝 테크놀로지, 허니코움 에너지 등에서 반고체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5월에 푸넝 테크놀로지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1세대 반고체 배터리가 순조롭게 양산되고 적재됐다고 밝혔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 간펑은 2023년 5월 19일, 1세대 전고체 배터리가 연간 4GWh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라인에서 260Wh/㎏의 에너지 밀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 말 신기술을 발표한 후 1세대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2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 성능은 전기차의 요구를 충족하고 샘플 배터리의 사이클링 성능은 전기차 회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고체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할 때 전기차 배터리 규모 팩을 양산할 수 있을지는 실제로 확인해야 한다.

반고체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앞선 데 비해 일본과 한국은 전고체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일본 토요타는 특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 특허분석회사 페이턴트 리절트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전 세계에 공개된 전고체 배터리 특허 건수 1위는 토요타로 1331건, 2위는 파나소닉으로 44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10위권 내 기업 중 일본 기업이 6곳, 삼성전자·LG화학·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이 4곳이다.

7월 초,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큰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에다 게이지 토요타 탄소중화연구개발센터 회장은 “10분 충전 주행거리 1200㎞의 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있고, 기존 배터리보다 부피·중량·가격 면에서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토요타·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에 초점을 맞춰 2028년 전후를 양산 시기로 보고 있다.

토요타는 2027년 또는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닛산은 2028년 첫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양산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고, 혼다는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2020년대 후반에 내놓을 모델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들의 양산 시기 발표는 2021년에 주장했던 시기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도 배터리 3사가 경쟁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속도를 내는 건 삼성SDI다. 삼성SDI는 하반기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본격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4년 후인 2027년경으로 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을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 탓에 짧은 시간 안에 양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LG는 신중하다. 고난도 기술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SK온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1년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협업을 강화하는 등 2028년 상업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전고체 기술 장벽과 비용 문제 여전

업계에서는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하면 현재 중국과 한국이 우세한 배터리 시장 구도를 완전히 뒤엎을 것으로 본다.

일본 경제 매체들도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제품으로 중국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우회로를 따라 추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학계와 배터리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획기적 전고체 배터리 기술 장벽 극복 방안 발표에 대해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이 우세하며, 2027년까지 양산 가능 여부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올해 6월 ‘2023년 세계동력배터리 총회’ 참석자들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 장벽을 말했다. 10년 이상 끌어온 연구에 진전은 있지만, 결정적 돌파구는 이론상 존재해도 실제로 구현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고체 배터리는 액체 배터리보다 30% 이상 비용이 많이 들고, 반고체 배터리의 대규모 생산 후 비용은 액체 리튬 배터리보다 10~20% 높을 수도 있다. 대량 생산으로 가기 전까지 투입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국가 정책 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의 혁신은 진행형이다. 시장 판도를 바꿀 혁신이 한·일·중에서 나올지, 아니면 글로벌 협력을 통해 나올지 관심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