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TV도,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위기...차이나의 습격

글로벌이코노믹

TV도,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위기...차이나의 습격

중국 가전·IT 기기, 기술 발전으로 품질 뛰어나
가격 경쟁력도 갖춰 한국 시장도 위협
이미 스마트폰·TV 시장서 중국 약진 두드러져
LG전자 노트북 '그램'도 중국서 ODM
LG전자의 프리미엄 노트북 '그램(gram)'. 이제 15인치대 그램까지 중국에서 ODM으로 생산된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의 프리미엄 노트북 '그램(gram)'. 이제 15인치대 그램까지 중국에서 ODM으로 생산된다. 사진=LG전자
한국 가전·IT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이 그러했듯 우리나라도 시나브로 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 산업의 일부를 가져갔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이 한국의 가전과 IT 산업의 파이를 빼앗고 있다. 처음에는 쉽게 체감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이 세계 시장을 리드한다고 자부심을 느꼈던 몇몇 제품들의 1위 자리가 위험하다.

가장 먼저 충격을 안겨준 것은 TV시장 글로벌 2위 자리에서 LG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간 글로벌 TV 시장은 1위 삼성전자, 2위 LG전자인 채 10여 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헤부터 글로벌 TV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TCL이 출하량 기준 세계 2위 자리에 올랐다.

TCL은 중저가 LCD TV로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글로벌 TV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LG전자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하이센스와 샤오미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화면 LCD TV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LCD TV에서 OLED TV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LCD TV도 화질의 개선이 크게 이뤄진 만큼 삼성·LG전자가 '대화면'과 '낮은 가격'을 모두 갖춘 중국산 TV와 출하량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TCL TV가 글로벌 출하량 2위로 올라서며 LG전자의 자리를 빼앗았다. TCL TV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반값 TV'로 국내에서도 점점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TCL코리아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TCL TV가 글로벌 출하량 2위로 올라서며 LG전자의 자리를 빼앗았다. TCL TV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반값 TV'로 국내에서도 점점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TCL코리아 유튜브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는 더 오래됐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만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LG전자의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가져가지 못하고 애플의 점유율만 높아졌다. 줄곧 지적받고 있는 '갤럭시 이미지'의 노령화로 젊은 층은 아이폰을 선호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이 약진하며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갤럭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고 연결성을 강화해도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사용자 경험이 유사하다. 갤럭시만의 '특별함'을 느끼게 하기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가 채 안 되고 미국에서는 2분기 기준 23%에 불과하다. 1년 전 30%와 비교 시 6%나 하락한 수치다.

그나마 시장 점유율이 높아던 러시아에서도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중국 스마트폰에 밀리고 있다. 러시아 매체 BFM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러시아 주요 가전 체인점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부 매장에서는 갤럭시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아너(Honor), 리얼미(Realme), 샤오미(Xiaomi), 테크노(Tecno) 등 중국 스마트폰의 인기가 상당하다.

제품의 완성도를 차치하더라도, 사양만 보면 갤럭시를 능가하는 제품이 많다. 비보의 경우 삼성전자의 2억 화소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200배 줌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웨이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막아서자 지난난 8월 7나노미터(nm) 공정의 반도체인 기린 9000s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샤오미는 10월 퀄컴 스냅드래곤 젠(Gen)3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미 14 시리즈를 출시했다.

노트북은 어떨까. 오랫동안 부동의 판매 1위였던 삼성전자 노트북을 밀어내고 초경량을 앞세워 시장을 평정한 LG전자의 그램(gram)도 이제 중국에서 ODM으로 생산된다. ODM은 설계는 직접하고 생산만 외주를 주는 주문자상표 부착(OEM)과 달리 개발과 생산까지 현지 기업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즉, 중국산 노트북에 그램 로고만 달고 출시되는 셈이다.
LG전자 노트북 신형모델 그램 15인치(모델명 15Z90S)는 '테크프론트(Tech-Front)'에 의해 생산된다.테크프론트는 대만의 노트북 OEM 생산업체 '콴타컴퓨터(Quant Computer)'가 중국 충칭시에서 운영하는 생산라인이다. 이미 테크프론트는 LG전자의 보급형 노트북인 울트라PC도 ODM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16·17인치 프리미엄 그램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주력모델인 15.6인치 그램도 중국이 훨씬 저렴하게 만들게 되는 셈이다. 그램이라는 상표를 달고 나오는 만큼 그램의 특징인 '경량화'도 달성한 듯하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한국산 제품을 '가성비'를 앞세워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늘 주장하던 '초격차'를 더욱 벌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중국 가전제품과 IT 기기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