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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기정책 '동반 없는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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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기정책 '동반 없는 동반성장'

정책 실효성 높일 특단의 대책 절실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례없는 경기 불황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각계에서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중소기업 금융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시중은행 18곳은 중소기업 담보대출의 비중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전체 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50.0%에서 2009년 51.4%, 2010년 52.7%, 2011년 53.6%로 점증하다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3%p 증가한 55.9%를 차지했다. 김 의원 측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도 은행이 요구하는 담보를 제공하지 못해 사업화 및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기의 금융 애로사항 1순위는 ‘금융기관들의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이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이나 증액했지만 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현장의 대출창구인 시중은행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하다 보니 이용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창조형 중소기업 육성 명목으로 기술형 창업지원 한도 3조원을 신설, 중기 총액한도대출을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증액했지만 이용 실적은 10월말 현재 200억원을 겨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중기 총액대출 한도의 30% 가량은 이른바 기술형 창업 중소기업에 지원토록 했지만 집행기관이 시중은행들과의 사전 조율에는 소극적이면서 정책의 틀은 새 정부의 ‘창조형 중소기업 육성’ 공약에 맞추려다 보니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비용을 중소기업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2011~2012 대· 중소 기업간 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의 민간기업 부담금 분담률이 매해 66~7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분담하는 50%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투자에서 대기업은 2011년에 22.4%만 부담하고 나머지 모두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내야 했고 지난해 역시 소폭 개선됐지만 65%에 달하는 등 폐해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처음으로 적용되는 계열사 등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도 중소기업들의 당초 우려대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최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제도 도입 후 첫 정기신고를 받은 결과 1만324명이 1859억원을 자진 신고했고 이 중 조세특례제한법 상 매출액 1천억원 미만 중소기업 주주가 전체 신고자의 75.9%인 783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세 대상에 중소기업이 많은 이유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핵심 분야만 남긴 채 생산 공정을 자회사로 분리하거나 공정별로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 방지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그 대상이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에 몰리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해 왔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셈”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 · 중견 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중소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빈도는 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21일 “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08년 10.7%였던 연매출 500~1000억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율이 2011년 20.56%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연 매출 5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율은 25.1%에서 14.81%로 떨어졌다. 특히 2011년에는 연 매출 500~1000억원 사이 2621개 중소기업 중 무려 20%가 넘는 539개 업체가 세무조사를 받는 등 중소기업들의 세무조사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중소기업 절반은 제조원가 인상 대비 납품단가 인상율이 낮은데다 그마저 2차, 3차 하청으로 내려가면 오히려 단가가 깎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겉으로만 상생과 동반성장을 운운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정책이 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취약한 재무력과 인력 부족이라는 스스로의 한계에 기관들의 정책 의지 부족과 탁상 행정이라는 외부요인, 게다가 최근에는 세무조사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기업할 의욕마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중소기업들의 하향평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