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JS전선, 한수원으로부터 1200억 피소
‘모회사 책임론’ 커지며 곤혹[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이 원청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지난 3일 12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면서 모기업인 LS전선이 위기를 맞고 있다. JS전선은 전선업계 1위이자 LS그룹의 주력기업인 LS전선이 지분의 70%를 가진 업체로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대표이사로 돼 있다.
한수원은 이번 소송에서 JS전선의 지난 반기 말 순자산액(1264억원) 수준에서 손해배상 청구금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이번 JS전선의 불량 케이블 납품으로 인해 한수원과 한국전력, 국가가 입은 피해액 추정치인 5조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구나 원전 납품 비리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중이라 그 결과에 따라 소송 범위와 청구액이 더 늘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점차 JS전선의 대주인 LS그룹이 추가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JS전선은 지난 2008년 신고리 3· 4호기 전력· 제어· 계장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테스트 과정을 통과한 시제품은 테스트 조건이 잘못됐고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재시험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케이블은 오작동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대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핵심 부품인데도 재시험 때 기초 단계인 화염(火焰)시험(방사선을 쬔 뒤 불에 견디는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JS전선이 납품한 케이블이 불량으로 드러나면서 2014년 2월로 예정됐던 신고리 3호기 시운전은 2015년초로 1년 가량 미뤄졌다. 때문에 내년 여름에도 올해처럼 대규모 전력난이 예고된다.
원전 1기당 460㎞에 이르는 케이블을 새로 구매하는 데 드는 금액은 110억원 선이다. 새 케이블 교체 공사비 859억원을 더하면 모두 969억원에 이른다. 또 신고리 3· 4호기에서 전기를 생산· 판매하지 못해서 생기는 손실액 9691억원 가운데 295억원 가량을 더해 손해배상 청구액을 1264억원에 맞추겠다는 게 한수원의 방침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비용 발생은 물론 민생과 직결되는 전력 생산과 관련해 향후 생산 차질에 따른 전력난 우려 등으로 LS그룹을 바라보는 국민 감정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LS측은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속죄할 타이밍을 놓쳤다. 처음 사태가 터진 이후 줄곧 침묵하다가 지난달 18일 구자은 LS전선 사장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국회위원들과 정부가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자 그 사흘 후인 지난달 21일 가서야 비로소 사과 광고를 내보냈던 것이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케이블 비리로 인해 원전을 제때 가동하지 못할 경우 준공시한을 넘긴 시점까지 매달 60만불을 지체상금으로 내야 했다”며“상황이 이런데도 비리가 국정감사 쟁점으로 부각되자 뒤늦게 신문 지면을 통한 사과 광고를 내보낸 것은 누가 봐도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대표가 사과문을 직접 읽고 경영진 일동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이 아닌 신문 광고 하나로 무마하려는 행동에 대한 지적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회사의 이미지는 급추락했고 전선업계 업황 부진마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LS전선은 지난달 비핵심 사업인 국내 부동산개발 부문과 해외투자부문을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 LS I&D를 세우는 기업 분할을 추진했다. 차입금을 약 6000억원 이상 줄여 연간 이자비용 부담을 500억 원이상 절감한 것으로 상장을 위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번 JS전선의 피소와 원전 비리 여파로 인해 내년 예정인 IPO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국내 전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새 수요 창출이 쉽지 않다는 데도 기인한다.
LS전선은 지난 2분기에 매출액 1조9282억원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2%나 감소하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사실이 회사 측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인 미국 슈페리어에섹스와 중국 홍치전기 등은 2분기에 재고평가 관련 손실로 1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표 전선업체 중 하나였던 대한전선 오너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업황 침체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고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내년이면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IPO를 통해 재도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