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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에는 '강경대응', 官에는 '선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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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에는 '강경대응', 官에는 '선처를...'

KT, 무궁화위성 관련 이율배반적 행동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무궁화 위성의 홍콩 매각과 관련해 매각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던 KT가 감독부처에는 선처를 구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이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KT는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은 민영 회사인 KT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팔 수 있고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위성 헐값 매각과 주파수까지 팔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무궁화위성 매각 의혹과 관련한 KT의 대응은 통신공기업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지나치리만큼 위선적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KT 임직원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했다. 미래부는 지난 5일 KT 위성사업 자회사 KT샛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 절차를 진행했고 7일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법 여부에 대한 KT 측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는 등 사건 조사에 나섰다.

지난 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결산 감사장에 출석한 윤종록 미래창보과학부 차관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결산감사장에서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인공위성 불법 매각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묻자 윤 차관은 "위성 매각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웠으며 인지한 이후 법적 검토를 해왔고 KT에서는 ‘선처를 바란다’는 측면의 얘기를 했다"고 발언했다. 언론과 국민들 앞에서는 떳떳하다면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몰고간 뒤 감독기관에게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이다.

한편 무궁화 3호 위성이 포함된 궤도(동경 116도)의 적법성 문제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ITU(국제통신연맹)에서 우주 궤도를 할당받는데 무궁화 위성은 불법 매각됐기 때문에 홍콩 업체가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인 궤도를 정당하게 사용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미래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KT가 할당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이를 취소하고, 취소된 궤도를 다른 기관이나 이용자들에게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계약 상대인 홍콩 위성업체 ABS는 무궁화 위성 계약 사실을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올려놓고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 인공위성을 정부 허가도 없이 매각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규제 기관인 미래부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고 결국 이 사건으 해결에는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래부는 현재 전파법, 전기통신사업법, 우주개발진흥법 등 측면에서 법리 검토에 착수했으며 곧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전파법의 경우 홍콩 ABS에 무궁화 위성 3호기를 매각한 뒤 관련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가 해당된다.

KT는 2011년 위성 주파수 재할당 당시 무궁화 3호 소유권이 ABS로 넘어간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재할당 받은 주파수에는 위성 매각에 따라 현재 사용하지 않는 대역(KA밴드)이 포함돼 있다. 우주개발진흥법은 ‘우주물체의 소유권의 변경되면 15일 이내에 미래부에 신고하도록’ 한 규정의 위반 여부가 해당된다. KT는 전혀 신고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위반 적발시 징계 수위가 가장 높다. 전파법과 우주개발진흥법은 주파수 회수조치 및 과태료 부과 등에 그치기 쉽지만 전기통신사업자법 위반으로 판명날 경우,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18조)에 따르면, 허가받은 기간통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핵심 설비 매각시 미래부 장관의 인가 또는 신고를 받도록 돼 있다. 50억원 이상이면 중요 설비로 간주해 인가를 받아야 하며, 그 미만이면 신고토록 규정돼 있다.

무궁화 위성 3호에 대해 KT는 해당 서비스가 대부분 '올레1호(무궁화 위성 6호)'로 대체됐기 때문에 필수 설비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미래부는 '올레1호'로 대체되지 않은 서비스가 남아있고 올레1호 장애시 3호가 이를 대체하도록 한 것을 근거로 중요 설비로 보는 입장이다. KT는 또 무궁화 위성 3호 매각대금은 5억3000만원에 불과해 신고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신고 대상이라도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투명성과 도덕성을 추구해야 할 공기업 KT가 이처럼 정부 규제 및 감독권을 무시하고 기만할 정도까지 된 데에는 조직 급성장 이후 찾아온 오만함에 근거한다는 지적이다. KT는 지난해 '제주 7대 경관 선정 국제전화 사기사건'을 제보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적 내부제보자’로 인정받은 이해관 전 노조 위원장을 지난해 말 해고했다. 배임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아프리카 출장을 강행했다.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 때 KT는 회견문에 "허위 사실을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다"며 사실은 언론을 겨냥한 위협적 언동마저 서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