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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구하기’ 이번에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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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구하기’ 이번에는 금융권?

최대 3천억 브릿지론 지원 방안 검토 중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대한항공에 이어 채권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지원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동안 회사가 추진해온 영구회사채 발행은 연내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전제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은행들은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주재로 부행장급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6개월 만기 2000억~3000억원 규모 브릿지론(Bridge Loan) 지원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발행이 예정대로 추진되더라도 내년 1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당장 연내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 2200억원의 상환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이 합심해 우선 브릿지론을 제공하고 내년에 영구채를 발행하게 되면 이 브리지론을 바로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최근 1500억원을 지원한데다 브리지론으로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하고 4억달러(약 43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까지 성공하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한진해운 측은 내년 3월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우선 이번 브릿지론 발행도 영구회사채 발행의 성공을 전제로 한 것인데 채권은행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다. 지급보증 규모가 워낙 큰데다 조선·해운 업종의 익스포저를 은행들이 전략적으로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한진해운을 도와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브릿지론 역시 내년 초에라도 영구채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번 회의가 최종 결정은 못 된다”면서 “8곳이 넘는 채권기관들이 결론에 이르기 위해 주초 다시 한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에도 18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며 4월과 9월에도 각각 600억원, 1500억원의 만기 회사채가 회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총 익스포저(exposure, 위험 노출)는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3900억원이 제2금융권에, 은행권에 약 1조원이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약 6300억원, 농협이 1000억원, 부산은행 800억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550억원, 국민은행 450억원, 외환은행 410억원 등이다.

한진해운의 순차입금은 5조6891억원에 달하지만 상각전 영업이익(EBTDA) 규모는 637억원에 불과하다. 금융권이 요구하는 수준의 재무력을 갖추려면 현재 순차입금 기준 연간 EBITDA를 5000억원 가까이 달성해야 하지만 현재 업황과 영업현금 창출력으로는 현실성 떨어지는 주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0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 1분기에 599억원, 2분기에 55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발표를 앞둔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당초 730억원에서 최근 400억원대로 감소할만큼 전망이 어둡다. 부채비율도 8월말 기준 775.34%에 달한다. 다각적인 현금확보책을 찾고 있지만 최근 동양 사태로 인한 자금 조달 통로의 색전(塞栓) 현상 역시 회사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