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斜視의 원인, 시장은 환영 분위기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지난달 단호한 메시지를 통해 위기설을 잠시 잠재웠던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17일 이번에는 채권단조차 놀란 초고강도 자구계획을 통해 시장 요구에 부응했다. 금융권이 여전히 유동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은행의 자구 노력 요구에 선제 대응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하지만 이날 자구계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3조원이라는 자구 액수도 아니고, 1000억원대 사재 출연도 아니다. 동부하이텍이 자구계획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아니 김준기 회장의 상징같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체인 동부하이텍은 그룹이 이후 10년동안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 올 상반기 흑자를 내는 등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은 회사다. 동부그룹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줄곧 계속됐고 그때마다 김 회장은 오히려 더 강도높은 투자로 이를 불식시키려 했다. 동부그룹은 그동안 유동성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기존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보다는 계열사간 합병이나 회사 분할 또는 재분할 등을 시도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대우전자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동부한농과 적자가 계속되던 동부일렉트로닉스(반도체)를 합병해 동부하이텍을 만들었고 3~4년 후에 다시 동부하이텍을 분할했다. 2008년 리먼사태 발생 직전 1조3000억원에 원매자가 나섰던 합금철사업도 매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시장은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김 회장이 애착을 가지며 지켜낸 회사가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동부그룹은 동부메탈 지분도 처분해 차입금을 낮출 계획이다. 동부메탈은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지분 31.28%와 김준기 회장이 1인 대주주 회사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31%,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8.5%를 합친 경영권 지분 70.78%를 매각하기로 했다
시장은 동부그룹의 동부하이텍 매각을 중심으로 한 이번 자구계획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동부그룹의 차입금은 6조3000억원에 달하며 2014년까지 비금융계열사 회사채 상환 예정금액만 무려 1조원 수준인 상황에서 이번에 김 회장이 그간의 집착(?)을 버리고 시장 요구에 적극 응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