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노후화에 가격만 상승해 소비자들 '외면'
[글로벌이코노믹=천원기 기자] 서울 강남에서 아내와 함께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박 모(54)씨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고급 세단인 'S클래스'를 구입했다. 이전 차량이 현대차의 고급 세단 제네시스(구형)여서 은연 중 현대차 에쿠스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지만 동급 수입차와 가격을 비교해보곤 생각을 바꿨다. 그는 ‘굳이 이 가격에 꼭 에쿠스를 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토종 플래그쉽(최고급 대형세단) 모델인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의 판매량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때 쇼퍼드리븐카로 수입차가 부담스러운 CEO(최고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인기 차종이었지만 시대상이 변하고 모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의 인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페이스리프트 등을 거치며 가격이 수입차와 비슷한 1억원대에 근접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3625대의 에쿠스를 팔았다. 전년 동기대비 27% 감소한 판매량이다. 에쿠스는 지난해 현대차가 내수 부진에서도 3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해 1만2733대를 팔았던 효자 차종이었다.
실제 체어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1.2% 감소했다. 이중 최고급 버전인 W는 5.2%, H는 19.0% 하락했다. 체어맨은 첫 출시해인 1997년을 시작으로 연간 1만대 이상 판매되며 2006년까지 9년 연속 판매량이 줄지 않은 모델이었다.
이후에도 판매량이 회사의 경영난에 따라 크게 요동치긴 했지만 연간 8000대에서 1만2000대 수준을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전체 차량 판매량이 26.4%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유독 대형차 판매량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대형세단인 K9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6.9% 줄어 1909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수입차들은 중형차 시장에 이어 대형 고급차 시장도 넘볼 기세다. 지난해 총 1848대가 팔린 벤츠 뉴 S클래스는 올해 벌써 1560대나 팔렸다. BMW 7시리즈도 작년 판매대수(1920)의 절반에 육박하는 711대가 신규 등록됐다. 아우디도 고급세단인 A8를 521대나 팔아 치웠다.
작년 11월 출시된 벤츠 뉴 S클래스를 구입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1억299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진 셈이다.
에쿠스와 체어맨(W버전)이 각각 2009년과 2008년 출시된 5년이 넘은 노후 모델이라는 점도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양사 모두 당분간 신차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아 고급차 시장을 놓고 수입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곽용섭 쌍용차 팀장은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들이 연비와 성능 등이 앞선 독일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신차 출시도 소형 SUV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 대형차 공새를 방어하기 위해 체어맨에 대해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