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계]구광모, 조원태, 김남호 등 '1순위 황태자'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2위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LG 한진 동부 동원 등 국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가 곳곳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활발하다. 한국 사회가 이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15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빅3’ 오너기업 중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올해 만 53세로 고령도 아니고 후계자 양성에 들어갈 시점도 아니다. 특히 최 회장이 현재 구속 상태로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시점이라 경영승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재계 4위 LG그룹 총수이자 오너일가인 구본무 회장의 후계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 주인공에 구광모 부장이 있다. 구 부장은 사실 구 회장의 친자가 아니다. 구 회장에게는 연경씨 등 두 딸이 있다.
하지만 장자승계의 전통이 있는 LG그룹과 구 회장은 대를 잇기 위해 지난 2004년 동생 구본능 회장의 장남 구광모 부장을 양자로 입적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구 부장은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을 거쳐 지난 1월부터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창원사업장에서 일하다 지난 4월21일부터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시너지팀에서 일하고 있다.
구 부장은 지주사 LG 지분을 4.75%(834만9715주), LG상사 지분 1.8%(69만7201주)을 보유해 LG오너일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그가 지분을 보유한 LG는 최대주주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2대주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3대주주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이어 4대주주에 해당한다. 명실상부 구본무 후계자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다음으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있다. 현재 재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오너는 단연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그는 올해 만 91세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부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두 형제 간 지분싸움으로 권력다툼 양상을 보이면서 이전까지의 신 회장 독주체제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암묵적으로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이전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경영하도록 한 암묵적 방침이 기정사실화처럼 받아들여졌던 상황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일본)-호텔롯데-롯데쇼핑으로, 롯데쇼핑이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로 비슷해 후계경쟁 여지도 남아 있는 상태다.
허창수 회장의 GS그룹도 후계자의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허 회장의 후계자로는 1979년생인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상무가 자리한다. 허 상무는 최근 지분은 물론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등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실무 등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오너일가의 3세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전무 등 삼남매가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39)의 경우 지난 2003년 한진그룹에 입사한지 10년 만인 지난 2012년 1월 대한항공 부사장에 올랐다.
올해부터는 그가 지분 1.06%를 가지고 있는 한진칼 대표이사 부사장도 겸직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부에서는 조 부사장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DNA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을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올해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한진관광 대표이사직에도 오르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의 막내딸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은 물론 진에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정석기업의 지분은 한진칼 48.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너일가에서는 조양호 회장 27.21%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 회사다. 정석기업은 한진의 17.98%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작업이 경영승계, 향후 대한항공-조원태, 한진관광(호텔 등 포함)-조현아, 진에어-조현민의 계열 분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그룹 측은 경영승계보다는 책임경영 일환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만 65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현재 많은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경영을 직접 챙기고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제수씨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하던 한진해운의 등기이사에 올라 경영이양작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는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박삼구 회장의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로이라는 하나의 지배구조 외에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배구조가 양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주사인 금호산업의 지분 7.23%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30.08%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까지 ‘형제의 난’을 겪으며 대립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축으로 화학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는 한편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12.61%를 확보하고 있어 걸림돌이다. 이는 향후 두 사람의 지분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돼온 박세창 금호타이 부사장이 금호산업 지분 6.96%를 확보하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김준기 회장의 동부그룹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영승계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 중심에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그룹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경영승계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김 부장은 현재 동부그룹의 핵심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지분 13.29%, 지주회사 동부씨엔아이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친인 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6.93%, 동부씨엔아이 12.37%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