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강판 불안요소 3 "차강판 증설 전쟁"
차강판 불안요소는 또 있다. 세계 각국의 철강사들이 차강판 설비증설에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차강판 생산업체가 많아질 수록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져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의 수익률을 지켜내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포스코, 현대제철은 물론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 역시 글로벌 차강판 공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에서 신규 냉연 및 CGL 증설에 나서고 있다. 실제 신일본제철 등 일본 주요 철강사들의 차강판 해외 생산량은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국 남동부 라용 아마타시티산업공단에 연산 45만톤의 CGL을 착공한 바 있다. 2016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인도와 중국 광동지역에도 차강판 생산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2012년 5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빌레바가드산업단지에 인도 CGL을, 지난해 4월에는 중국 광둥성 포산시 순더구개발공단에 중국 광둥 CGL을 각각 설립하고 차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두 공장 모두 연간 45만 톤씩 차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충칭강철과 손잡고 합작법인 두 곳을 설립하는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두 곳에서 연간 240만톤의 차강판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인도 서부에도 파이넥스를 수출하면서 냉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1위 철강사인 신일철주금은 400억엔을 투자해 건립한 인도 차강판 공장을 최근 가동했다. 신일철주금은 인도 타타스틸과 합작해 인도 차강판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은 연간 60만톤의 차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도요타 인도공장에 직접 공급할 예정이다. 신일철주금은 거대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인도네시아에서 국영 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과 차강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2위 철강사인 JFE스틸은 인도 3대 철강사인 JSW스틸과 공동으로 인도에 차강판 공장을 건설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JFE스틸은 2010년 JSW스틸 지분 14.99%를 900억엔에 인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차강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고베제강소도 중국안산강철그룹과 합작해 차강판 공장을 2016년 완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로를 갖고 있는 중국 역시 최대 위협요인이다. 중국 철강사들 역시 지속적인 차강판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차강판 품질 및 기술에서 한국과 일본에 밀리지만 바오산의 경우 한국에 가공센터를 짓고 한국GM에 현지 공급을 할 정도로 품질력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러한 한, 중, 일 중심의 차강판 증설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차강판 제조사들에게 극심한 경쟁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동차사와의 관계에 있어 '乙'로써 자리메김시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이익률이 언제까지 보장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강판의 수익성이 좋다보니 한, 중, 일 고로사들의 글로벌 차강판 증설경쟁이 뜨겁다"며 "이러한 경쟁적인 투자들이 수급 불균형을 일으켜 현재의 차강판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소재전쟁서 살아남기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
이러한 여러가지 불안요소들은 차강판을 노다지로만 볼 수 없게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철강업체들의 차강판 시장 진입 및 증설과 비철금속 등의 대체재 위협은 중장기적인 중대한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용 소재 가운데 철강의 비중은 일정 부분 축소되나, 중장기적으로 보편적 소재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은 자동차용 소재로써 사용하기에 비철금속, 알루미늄 등에 비해 생산가격이 낮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동일중량 기준 철강의 4배가격이며, 경량화 효과를 고려한 자동차 1대당 소재 원가는 2배 이상 격차가 난다.
글로벌 자동차용 알루미늄 수요는 동 기간 1500만톤 확대되며, 경량화율 고려 시 철강 2500만 톤을 대체할 것이란 추정도 자동차 연비가 소재 경량화에 의해서만 개선된다는 가정을 사용하여 도출하였기 때문에, 도출한 결론을 일반화 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북미 자동차용 판재 수요 가운데 철강 비중은 2014년 98%에서 2021년 92%로 위축되나, 202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9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차강판 소재 전쟁에서 철강업계가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려면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소재 분야에서 철강재가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강업계는 비철소재의 강력한 도전과 차강판 증설 전쟁 등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며 "철강이 자동차 소재전쟁에서 계속 승자가 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