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전 부사장 자서전서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구조조정 압박에 사업 매각
직원 “미래 포기 못해”. 경영진 암묵적 합의하 추진
내년에는 매출 8조원, 2000억 원 영업이익 달성 전망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구조조정 압박에 사업 매각
직원 “미래 포기 못해”. 경영진 암묵적 합의하 추진
내년에는 매출 8조원, 2000억 원 영업이익 달성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LG전자가 신수종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사업도 이같은 운명에 처할 뻔했다가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며 행동한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대한민국은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대가로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 압박을 받았다. 대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LG전자도 피해갈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카 오디오 부문을 남성전기에 매각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회사 전체 사업군에서 보면 카 오디오는 매출 비중도 높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크지 않아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퇴사한 직원 설득해 사업 유지
김 전 부사장은 카 오디오 부문 매각 소식을 듣고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찍부터 카 오디오 사업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카 오디오를 시작으로 하는 전장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서 가장 중요한 제품군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라면서, “카 오디오에 다양한 부가 기능이 첨가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중요한데 기존 전통 카 오디오 업체들은 순수 오디오 기술은 뛰어나지만, 디지털과 디스플레이 기술은 없다. 오디오 기술, 디지털 기술, 디스플레이 기술을 모두 갖춘 기업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역설해왔다.
그를 비롯한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말도 안 되는 헐값'에 카 오디오 사업을 매각했다. 김 부사장은 카 오디오 개발팀 멤버들을 만났다. 그들은 11개월치 급여를 퇴직 보상금으로 받고 퇴사한 상태로, 도원전자라는 설계 용역 회사를 설립하여 대기업들의 연구 용역을 받아서 먹고살 계획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제안했다. “카 오디오 제품을 계속 개발해달라. 판매는 내가 책임지겠다. 생산은 보성사에서 하면 된다.” 직원들과 합의한 뒤 보성사를 찾아가 동의도 받아냈다.
이어 김 전 부사장은 러시아 거래선 책임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70만 대 오더를 수주해 생산 물량을 확보했다. 그런데, LG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서 판매해야 하기에 AV사업부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동안 내가 진척시켜온 상황을 설명하자 출하 품질 검사를 해주기로 했다.
구자홍 CU장의 침묵…사업추진 강행
김 전 부사장은 당시 CEO(최고경영자)였던 구자홍 CU장(현 LS니꼬 동제련 회장)과의 식사자리에서 현황을 설명했다. 구 CU장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는 1998년 4월 ‘전략 CM(Consensus Meeting)’을 준비하면서 내부 토론의 끝에 “수익성 위주로 제한된 시장에서 카 오디오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한 줄 넣었다. CM 보고를 받은 구 CU장은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전 부사장은 CM장의 침묵은 “(사업 추진을) 동의하신 것”이라고 해석했고, 예정대로 사업을 밀고 나갔다.
카 오디오 사업을 통해 완성차 업계와의 관계를 튼 LG전자는 조용히 자동차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아갔고, 현재의 VS사업본부로 이르게 되었다.
전장사업 3대 축 완성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V-ENS를 인수하고, 같은 해 7월 VS사업본부(당시 VC본부)를 신설하며 전장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구광모 (주)LG 대표가 취임한 첫해에는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인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이듬해 VS사업본부 산하 해드램프 사업을 ZKW와 통합했다.
지난해에는 마그나인터내셔널과 1조원 규모의 전기차(EV) 파워트레인 합작사 'LG마그나 파워트레인'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7월 정식 출범시켰다. 두 달 후에는 자동차 사이버 보안 기업인 사이벨렘도 인수, 빠르게 사업 외형을 늘려 나가고 있다.
ZKW(램프),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LG마그나파워트레인 등 전장사업 3대 축을 완성한 LG전자는 내년이면 이 부문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 면에서도 생활가전(H&A), TV(HE)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전장사업이 내년에 8조원대 매출과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사장은 “현재의 안위를 위해 맥없이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면서,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비즈니스맨의 가장 큰 미덕이다”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