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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경제계 곳곳서 ‘대우맨’들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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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경제계 곳곳서 ‘대우맨’들 맹활약

해체후 대우출신 CEO 주목
정탁 사장 포스코 대표로
박정완 대우건설 35년 재직
증권사 CEO중에 다수 포진
인재육성 전략 눈여겨 봐야
주요 증권사 CEO 중에 대우증권 출신 다수
왼쪽부터 정탁 포스코 마케팅부문 사장,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순. 사진=각사 취합 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정탁 포스코 마케팅부문 사장,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순. 사진=각사 취합
대우그룹 창립일을 맞아 대우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우그룹은 지난 2000년 해체됐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대우맨들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경영'이란 기치 아래 대우그룹이 보여줬던 역동성을 대우맨들이 여전히 경영현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1967년 3월22일 설립된 대우그룹은 지난 2000년 4월15일 해체됐다. 하지만 대우맨들은 그보다 앞선 1999년 11월1일 고(故) 김우중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일괄 사표를 냈던 때를 그룹해체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

과정이 어쨌든 그룹 해체 2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우맨들은 재계 곳곳에서 여전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건설과 무역, 바이오, 증권 등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정탁 포스코 마케팅본부장(사장)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물적 분할을 통해 신규로 설립한 (사업회사)포스코의 신임 마케팅본부장으로 ㈜대우 출신 정탁 사장을 선임했다.
정 사장은 1984년 대우그룹에 입사한 후 주력계열사인 ㈜대우(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철강무역 부문에서 일했다. 이후 2012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포스코로 이동해 해외마케팅실장을 맡았고, 2014년에는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을 거쳐 2015년 포스코의 핵심이라 불리는 철강사업실장으로 일했다.

중흥건설로 인수된 대우건설의 신임 사령탑에 올라선 백정완 대표 역시 자타공인 대우맨이다. 백 대표는 1985년 대우건설 공채로 입사해 2015년 1월 주택사업본부 임원에 올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맏형으로 불리는 셀트리온그룹의 전현직 CEO들이 모두 대우맨 출신이다. 셀트리온그룹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이 원래 삼성전기가 첫 직장이었지만,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일하다 김우중 전 회장의 눈에 띄면서 35세의 나이에 대우자동차 임원이 됐다.

이후 외환위기 과정을 거쳐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업자가 된 서 회장은 당시 대우차 출신 동료 10여명과 함께 '넥솔(현 셀트리온의 전신)'을 창업해 지금의 셀트리온그룹을 일궈냈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과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전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등이 당시 대우차 시절을 함께 보낸 뒤 셀트리온 창업을 함께 했던 멤버들이다.

대우맨 출신들은 업종과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실적으로 재계의 눈도장을 받고 있지만, 증권업종에서는 강세가 유독 도드라진다. 과거 대우증권이 여의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증권맨 사관학교'로 불렸던 만큼 대우증권 출신의 금융권 CEO들이 여럿인 상황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2005년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IB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18년부터 NH투자증권 대표를 맡아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대우맨 출신 CEO가 다시 등장했다. 강성범 부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된 것이다. 강 부사장은 대우증권 입사 이후 2014년 KDB대우증권 시절 임원으로 승진했다. 당시 기업투자금융본부가 신설되면서 첫번째 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당시 미래에셋대우)과정에서 경영혁신부문 대표를 맡았다.

강 부사장 이전에는 김상태 전 사장이 대우맨 출신 CEO로 2020년까지 미래에셋증권에서 활약했다. 김상태 전 사장은 최근 신한금융투자 GIB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CEO들이 모두 대우증권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영창 대표는 대우증권 WM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우맨 출신 CEO들이 2000년 그룹 해체 이후 법정관리과정을 거치면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CEO에 발탁됐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세계경영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그룹 해체 20여년이 흘렀음에도 인재들이 여전한 것을 보면 대우그룹의 인재육성 전략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