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대주주로 있는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 5%를 장외에서 사들였다. 매각 주체는 기아로 지난 7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 11.5% 중 5%를 현대커머셜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의 2대주주인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34.6%로 확대됐다. 1대주주인 현대차가 39.9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분 차이가 5% 남짓한 격차로 줄어든 셈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지분을 사들인 현대커머셜을 주목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커머셜을 필두로 현대카드를 지배하는 독자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현대차증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중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여신계열사들이 현대카드를 정점으로 독자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중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의 기업금융 전문 여신업체로, 상용차와 건설기계 부문에서 여신 관련 금융사업을 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 내외의 독자경영설은 사실 현대커머셜이 설립될 당시부터 불거졌었다. 현대커머셜은 지난 2007년 3월 현대캐피탈의 산업재 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는데, 정태영 부회장 내외가 설립 1년 만인 2008년 3월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려서다.
그러나 재계의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 계열분리는 없었다. 정태영 부회장이 사실상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을 독자적으로 경영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수그러든 것이다.
다만 지난해 4월 정태영 부회장이 20여 년 가까이 맡아왔던 현대캐피탈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게다가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현대카드 지분 추가 인수에 앞서 최근 몇 년 새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차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2017년 2월 현대카드 지분을 추가 인수해 보유 지분을 늘렸고, 푸본현대생명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금융권에서 정태영 부회장의 계열분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대커머셜의 지배구조도 정태영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의 최대주주는 현대차(37.5%)다. 하지만 정명이 사장과 정태영 부회장이 각각 25%, 1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현대차와 같은 공동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남은 변수는 25% 지분을 보유한 센츄리온리조시즈인베스트먼트(어피너티PEF)로 아직까지 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계열분리가 추진될 경우 언제든지 경영참여로 투자목적을 바꾸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