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선내 탑재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첫 공개
소재 개발한 포스코와 10년 협업 결과물, 외국 의존한 기술 종속 탈피
니켈‧알루미늄 등 기존 소재에 비해 품질 높고 가격 낮아, 화물창도 공략
소재 개발한 포스코와 10년 협업 결과물, 외국 의존한 기술 종속 탈피
니켈‧알루미늄 등 기존 소재에 비해 품질 높고 가격 낮아, 화물창도 공략

이 선박은 독일의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지난 2020년 12월22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이하 컨선) 가운데 첫 번째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HMM에서 수주해 인도한 컨선과 크기가 비슷하다. 아직 선체를 이루는 블록이 모두 연결된 것은 아니었으나, 길이 400m, 폭 60m 이상으로 갑판 면적이 축구장 4개와 맞먹는 거대한 선체가 플로팅도크에서 건조되는 모습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목적은 이게 아니었다.
건조 중인 하팍로이드 컨선은 건조 계약 체결 때부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수주 발표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컨선’이라며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에 LNG 추진 엔진이 장착되는 것은 ‘업계 최초’라고 했다. 2년여 후 이 선박의 정확한 타이틀은 ‘세계 최초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탑재 이중연료추진 컨선’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선체 내부에 탑재한 선박’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이코노믹’에 컨선에 탑재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탑재한 박스형 LNG 연료탱크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올라 갑판 앞에 도착하니 바닥에 짙은 회색의 커다란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5일 3600t급 해상 크레인 2기가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들어 올려 이 자리에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설치 작업을 진행한 김부민 대우조선해양 선박탑재 1부 책임은 “지난 6월 역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에는 갑판 위에 가스통 모양의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설치했는데, 이 선박은 네모난 연료통 모양으로 선체 내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식 명칭은 전자가 ‘타입 C(TYPE C)’, 후자는 ‘타입 B(TYPE B)’이다.
이 선박은 일반 벙커C유와 LNG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 엔진을 적용했기 때문에 연료탱크도 두 개가 필요하다.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는 기존 벙커C유 연료탱크가 적재되었던 자리인 선박에서 선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선실’(Deck House 또는 거주구) 아래 공간에 설치됐다. 벙커C유 연료탱크는 선박 뒤편에 있는 엔진룸과 내부 컨테이너 적재 공간에 비어 있는 자리에 작은 크기로 들어갔다. 이중연료 선박이지만 주로 LNG를 사용하므로 벙커C유 연료탱크는 줄여서 설치했다고 한다. 덕분에 선내 컨테이너 적재 공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2010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재다. 지금까지 영하 163℃ 극저온의 LNG를 견디는 화물창과 연료탱크 소재는 인바(니켈강)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들 소재는 가격이 높고, 작업공정이 까다로우며, 강도가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강재에 20% 내외의 망간을 첨가한 합금강으로, 니켈과 알루미늄 등 합금에 비해 강재를 잡아당겼을 때 영구변형이 시작되는 시점인 ‘항복강도’와 극저온에서도 강재가 깨지지 않는 ‘극저온인성’은 더 우수하다. 용접성도 우수하고 가격 또한 기존 합금강의 70~80% 수준으로 뛰어나다.
단순함의 비결은 ‘고기술’…안전성도 높여
연료탱크 위에 올라가 보니 살짝 거친 느낌이 들었고, 발로 두들기면 “텅텅” 소리가 들리는 등 다른 철제 연료탱크와 다를 바 없었다. 말 그대로 단순해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렇다고 한다.
제품 간 특성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LNG를 운반하기 위해 싣는 멤브레인형(선내에 탑재하는 사각형) 화물창은 화물창 외부에 멤브레인(1차 방벽)과 내부에 단열패널(2차 방벽) 등 이중 방벽을 사용한다. 반면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는 내부에 단열패널이 없이 고망간강으로만 제작되어 내부도 고망간강이 그대로 노출됐다. 외부에 보온재를 덮어주면 되는 정도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은 선내에 들어가 있는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도 보여주었는데, 보온재가 덮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업계에서는 고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형태가 단순할수록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고망간강을 LNG 화물창 제작에도 적용하면 LNG 운반선의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안전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망간강과 이를 응용해 연료탱크를 제작하는 기술 모두 한국이 개발해 냈다는 점이다.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홍보부장은 “고망간강을 개발했지만, 이 소재로 연료탱크를 만들려면 선박의 운항 특성에 가장 잘 맞는 연료탱크 설계기술과 더불어 고망간강의 전처리부터 용접에 이르는 제작기술이 필요하다”라면서 “이에 포스코는 고망간강을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10년간 협업을 진행해 양산화와 가공성 검증을 마치고 실제 선박 탑재라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믿는다” 선주의 통 큰 결단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의 상용화에는 하팍로이드의 결단도 큰 기여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선박을 발주할 당시 하팍로이드는 LNG를 함께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방식을 희망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의 우수성과 포스코와 함께 개발한 연료탱크 디자인을 제시했고, 하팍로이드는 건조 과정에서 감독을 꼼꼼하게 수행해 달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조건 없이 적용을 결정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양사 간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해운산업도 친환경 바람을 타고 LNG 추진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하팍로이드는 2021년 6월18일 동급 선박 6척을 추가 발주했다. 이중연료 추진 방식을 적용한 만큼 선가도 비싸다. 수주 당시 하팍로이도 선박의 척당 선가는 약 1억6300만 달러(1800억원, 2020년 계약 당시 원‧달러 환율)로, 2만2000TEU급 일반 컨선(1억4000만 달러)에 비해 15% 이상 비쌌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하팍로이드 수주분을 포함해 컨선 22척, VLCC 14척 등 총 36척의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적용 선박을 수주한 상태이며, 시간이 갈수록 선주들의 발주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옥포조선소 드라이 도크에는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적용한 선박이 건조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고망간강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까지 더해지면 그동안 로열티 지급으로 외화 유출이 상당했던 LNG 화물창 제작에도 기술적 독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기술은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