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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견제?...테슬라, 美서도 가격 인하 '최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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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견제?...테슬라, 美서도 가격 인하 '최대 20%'

최대 20% 가격 인하, 세액 공제 대상에 턱걸이 가격
가성비 앞세운 현대차그룹 전기차, 본격적인 추격 우려

수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 사진=연합이미지 확대보기
수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 사진=연합
테슬라가 중국, 한국, 유럽 등에서 가격을 내린 데 이어 미국에서도 큰 폭의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할인율은 최대 20%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주춤하는 수입 브랜드들에 대한 견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세단 모델인 모델 3와 모델 S, SUV 모델인 모델 Y와 모델 X의 판매가를 직전보다 6~20% 할인하는 강수를 내놨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왔던 정책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테슬라 차량의 가격은 미국 판매 모델 Y 롱레인지 기준으로 지난해 초 5만490달러였다가 6월께 31%나 올라 6만5990달러까지 기록했다. 오른 가격은 웬만하면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한때 안방 시장인 미국 외 국가에서 감행한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낮아지는 점유율을 만회하려고 하는 임시방책 의도로 풀이됐지만, 이번 미국에서의 가격 인하는 IRA에 대응하는 수입 전기차들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해석된다.

현재 IRA에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는 예상보다 빠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 협업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IRA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스텔란티스, 혼다도 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삼성SDI와 협력해 전기차 현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타국에서 가격 인하를 감행한 터라 현재 시점에서 미국 내에서 가격을 내려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0년 80%에 이르다가 2021년 71%, 지난해에는 64%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업체인 S&P 글로벌은 향후 테슬라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2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 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략도 거세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아이오닉 5를 필두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현재 기아 EV6와 제네시스 GV60까지 가세해 탄탄대로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 등 외신이 직접 나서 가성비를 앞세운 현대차그룹 차들이 테슬라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SK온과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키로 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테슬라는 현대차그룹의 차종과 경쟁하려면 올해 IRA 조건에 맞춰 미국 세액 공제 혜택 전부를 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지정한 보조금 지원 상한가에 출고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전기차의 가격을 일반 승용 모델의 경우 5만5000달러(약 6830만원) 이하, 밴 모델의 경우 8만달러(약 9940만원) 이하에 맞춰야만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격 인하로 테슬라 모델 3의 전체 트림, 모델 Y의 롱레인지 모델은 세액 공제 혜택 대상이 됐다. 모델 Y의 경우 7인승 버전 모델은 밴 타입으로 분류돼 상한선 아래에 포함됐다. 갑작스러운 가격 인하로 비싸게 구매하게 된 현지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판매량은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애초 예정됐던 IRA 법안을 3월 중으로 연기한 상태다. ‘배터리 핵심광물 및 부품 조건’과 관련된 더욱 세밀한 하위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분이 자국 전기차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당초 법안 연기 전에는 테슬라와 GM, 포드 등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더라도 배터리 부품‧광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조금을 100% 지급받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 부분에 대한 세부 규정 적용이 연기되면서 자국 업체들은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GM은 이미 IRA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 미국에서 1위 자리를 이어오던 토요타 실적을 눌렀다. 토요타가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인 동안 GM은 IRA를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생산 시설을 확장,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점유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GM은 올해 초 쉐보레 주력 판매 모델인 볼트의 가격을 인상하는 역수를 두기도 했다. 가격 인상에도 IRA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고객 부담이 없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