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기업의 선택은 배출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설비를 전환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것이냐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자리 유지라는 절대적인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여름, US스틸은 그래니티 시티의 US스틸 공장이 폐쇄될 경우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용광로를 선코크 에너지에 매각하고 다른 유형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그래니티 시티의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 여름쯤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전환 작업이 완료되면 95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근로자들과 노조 지도자들은 다른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면서 회사 측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니티 시티市 관계자들은 이 지역에 몇 가지 새로운 사업체가 들어오고 있다고 선전한다. “제철소 시대는 갔다”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다. 시대의 상황에 맞게 재빨라 움직이는 미국 관리들의 행동과 영국 정부와 철강오너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그래니티 시의 마이크 파킨슨 시장은 올리스 바겐인 아울렛과 카발리에 가구업체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식료품과 K-마트의 재개발에 총 12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점들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두 매장 모두 빠르면 3월에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주민들도 제철소 인력 대다수가 떠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철강을 생산하던 제철소의 운명은 경쟁력을 잃는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운명을 갖는다. 연산 800만 톤의 철강재를 생산하면서 연간 9000톤의 오염물질을 배출시켰던 베이징(北京) 외곽의 서우강(首鋼)제철소는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독일 마이더리히제철소도 마찬가지로 놀이 공원으로 변신했다. 물을 공급하던 수조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수중 다이빙을 하고, 철강재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 공간에서는 서커스가 벌어진다. 만약 철강 기업의 창업자들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기함할 것이다.
영국 정부도 철강 공장의 생존을 놓고 일자리 유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 스틸은 스컨소프 제철소에서 최대 1200개의 일자리를 줄이려고 한다. 노조는 12억 파운드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영국 정부와 협상 중인데 코크스 설비를 폐쇄하는 것은 근로자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 소유의 경영진은 노조 지도자들에게 공장의 코크스 오븐을 폐쇄하고 운영 전반에 걸쳐 수백 개의 추가 삭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유나이트 노조는 최대 12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지만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2020년 중국 징예가 인수한 브리티시 스틸은 인도 소유의 라이벌 타타 스틸과 함께 지난 몇 달 동안 재정 지원을 놓고 영국 정부와 논의했다. 영국에 남아있는 4개의 용광로 중 2개를 각각 운영하는 두 회사는 용광로를 전기아크로 전환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정부는 두 회사에 각각 3억 파운드를 제안했지만 공장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총 비용은 수십억 파운드에 달한다면서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투덜거렸다. 3억 파운드의 지원금은 영국 스컨소프와 타타스틸 탈포트 제철소의 일자리 유지와 연관이 깊다. 두 철강회사의 설비는 사실 오래된 용광로를 가동하기 때문에 배출이 극심하고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설비이다.
브리티시스틸이 용광로 하나만 폐쇄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두 곳 모두 폐쇄할 경우 600~800명의 일자리가 날아간다. 브리티시스틸은 근로자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매주 시행되는 초과 근무 방식이 그 단편이다.
결국 영국 제철소의 생존은 근로자의 일자리가 핵심이다. 사실 중국의 징계그룹은 2020년에 브리티시 스틸을 인수할 당시 2030년 이전까지 12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수행되지 않았다. 반면에 영국정부와 일자리를 볼모로 재정 지원이란 이름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 유지냐, 친환경 설비의 전환이냐 하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면 정부와 철강기업에 모두 좋은 일이지만, 속셈은 서로 다르다. 한편으론 중국자본을 거들어 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과 영국의 오래된 철강기업들의 마지막 생존을 위한 바둑돌이 어디에 착점될 것인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생존 향방과 일자리 유지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