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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1년] 장기화에 산업계 직격탄…업종 따라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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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1년] 장기화에 산업계 직격탄…업종 따라 희비

전쟁 따른 고유가·에너지 대란에 항공·유화 직격탄, 정유·상사·방산 반사이익
러시아 및 동유럽 현지설비 운영 중단…전자·조선·자동차, 對러시아 사업포기
대한상의 "러시아·우크라 수출 비중 낮지만, 공급망 혼란에 수출산업 후폭풍"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탱크 부대.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탱크 부대. 사진=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다. 흑해 연안을 비롯해 동유럽 전역을 포화로 휩싸이게 했던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이하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신청이 시발점이 됐다. 앞서 우크라의 NATO 가입을 반대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의 NATO 가입 신청 이후 곧바로 미사일과 함께 기갑부대를 이끌고 우크라의 국경을 넘은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후 세계 경제는 곧바로 출렁거렸다.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던 유럽 국가들은 곧바로 중동과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유전과 석유업체들을 상대로 에너지 확보전에 돌입했다. LNG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와 우크라, 동유럽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들도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착수하면서 해당 지역 내 공장들의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관련 자산들 역시 쓸모가 없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이 시작됐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세계 경제는 여전히 평온한 모습이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원자잿값·물류비 상승, 판로 축소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4일 시작된 러·우크라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전쟁 초기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갔던 공급망 위기 상황은 이제 벗어난 듯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는 또다시 불씨가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항공업계다. 당장 유럽을 오고 가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기 계류장에 여객기·화물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기 계류장에 여객기·화물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기존 러시아 영공을 지나던 과거 대비 유류비 부담이 커졌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제유가마저 상승해 항공사들의 부담은 위험수위에 다다를 정도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료유류비가 지난해 2분기에만 1조원대를 돌파했을 정도다. 2021년 2분기 연료유류비(반기보고서 기준)가 4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쟁으로 인해 유류비 부담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전쟁으로 높아진 국제유가는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들에도 타격을 주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생산단가가 올라가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마진율이 극도로 낮아져서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간매출 50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고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4%가 감소한 2조9957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75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1조1474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52.3%나 이익이 감소했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966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호실적을 냈지만, 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철강·가전·조선·자동차 업종 역시 전쟁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다만 업종별로 대체시장 및 틈새시장에 집중하면서 실적은 더 늘어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우크라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내 생산공장이 무용지물이 됐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인근의 칼루가 지역에서 운영하던 TV공장을 사실상 운영 중단했다. LG전자 역시 루자에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두 기업은 러시아 일대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전제품을 현지에 판매하면서 일대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됐고, 결국 삼성과 LG는 러시아 현지 공장의 운영을 멈춘 상태다. 다만 두 기업이 러시아 현지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큰 타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들 역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들과 추진해왔던 북극 LNG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야밀프로젝트 등 북극해 일대 LNG가스전을 오가는 LNG추진 쇄빙선 등을 주문받아 건조했다.

다만 전쟁 이후 유럽지역의 에너지 수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LNG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는데, 이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은 LNG특수를 누리면서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후폭풍을 LNG운반선 수주 및 건조로 피해갈 수 있었다.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공장. 현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공장. 현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역시 러시아에서 운영하던 생산공장과 2021년 인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GM공장 등이 전쟁 발발 이후 발등의 불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결국 해당 공장들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은 지난해 7월 이후 판매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러·우크라 전쟁 이후 전쟁 특수를 누리며 성장 중인 업종들도 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종합상사와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체들은 러·우크라 전쟁 이후 증폭된 고유가로 큰 혜택을 입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 4대 종합상사들은 모두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쟁 발발 이후 원자재와 유가가 상승하면서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커졌지만, 반대로 종합상사는 마진율이 늘어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정유업체들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고유가로 정제마진율이 급격하게 인상됐는데, 이로 인해 정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더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들은 지난해 모두 역대급 매출액에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시물자인 방산부문 역시 전쟁으로 인한 수혜를 본 대표 종목이다. 러·우크라 전쟁 이후 유럽 내 국가들이 우크라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서면서 보유 무기가 부족해진 일부 국가들이 국내 방위산업체들로부터 대규모 무기 도입에 나선 것이다.

폴란드가 대표적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현대로템과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최대 40조원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보유 중인 구형 무기들을 상당 부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주면서 생긴 전력 공백을 국내 방산체계로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0월 19일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폴란드로 출하되는 K9자주포 1호기의 장비 서명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완수 경남도지사, 곽종우 한화디펜스 부사장,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 마치에이 야브원스키 폴란드 육군사령관,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홍남표 창원시장. 사진=한화디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0월 19일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폴란드로 출하되는 K9자주포 1호기의 장비 서명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완수 경남도지사, 곽종우 한화디펜스 부사장,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 마치에이 야브원스키 폴란드 육군사령관,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홍남표 창원시장. 사진=한화디펜스


이뿐 아니라 러·우크라 전쟁 이후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군비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방부는 지난해 방산부문에서만 수출 규모가 173억 달러(약 22조406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러·우크라 전쟁 이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업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산업이 주력인 만큼 고유가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세는 수출 기반의 제조업체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러시아 비중은 1.5%, 우크라이나는 0.1%로 매우 작아 러·우크라 전쟁의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쟁 장기화 시 러시아 교역 비중이 높은 유럽연합(EU)의 경제 위축 가능성, 필수 원자재 수급 차질, 러시아산 중간재 공급 감소 등의 간접적 경로를 통해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