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창간특집] 삼성전자, 수율 잡고 고객사 확보 스탠바이

공유
0

[창간특집] 삼성전자, 수율 잡고 고객사 확보 스탠바이

테크블로그 통해 4nm 수율 '안정화' 이례적으로 공개…3nm급 공정 수율도 안정적
경쟁사 TSMC, 미국산 반도체 가격 인상 결정에 삼성전자, 고객사 확보 기회 맞아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0일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nm 파운드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0일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nm 파운드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첨단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이어 3nm급 공정에서의 수율도 상당 부분 진척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고객사 확보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인 주요 업체들과 본격적인 고객사 쟁탈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 공정을 거쳐 생산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만큼 고객사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전문 기술블로그를 통해 "4nm 공정의 수율이 5nm급 공정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4nm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반도체 수율이 이제는 안정화를 넘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반도체 공정에 대한 수율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4nm급 공정에 대한 수율을 어림짐작으로 공개하면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관례를 깰 정도로 4nm급 수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사실 삼성전자는 4nm급 공정을 도입하면서 수율 문제로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했던 '흑역사'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4nm 초기 제품들의 경우 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였던 미국의 퀄컴이 대만의 TSMC로 생산공정을 옮기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4nm 공정 수율 안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AMD는 삼성전자의 4nm 공정을 통해 차기 프로세서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자사의 스마트폰 픽셀8의 '텐서3' 칩을 위탁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을 안정시킨 만큼 고객사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들 역시 삼성전자가 보유한 첨단 공정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율 안정화를 넘어 고급화 단계를 앞둔 4nm 공정을 넘어 양산을 진행 중인 3nm급 공정에서도 수율을 높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3nm급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2025년 양산을 준비 중인 2nm급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nm급 공정에서도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GAA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트랜지스터 방식의 반도체 생산기술이다. 전류가 드나드는 통로인 트랜지스터 게이트를 반도체의 4면(기존 핀펫 방식은 3면)으로 늘려 다양한 방식으로 전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기존 와이어 형태에서 나노시트로 변경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해당 기술들은 현재 3nm급 이하 공정에서는 이미 적용돼 제품을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3nm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데 현재 고객들이 이미 테스트 칩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상황도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자로 손꼽히는 대만 TSMC가 반도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고객사 이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TSMC는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파운드리 공장의 4~5nm급 칩을 대만 공장 대비 최소 20% 이상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내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오르면서 기존 영업이익률을 지키기 위해 결국 칩 가격을 인상키로 결정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3사의 첨단 미세공정 로드맵. 출처=각사 취합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3사의 첨단 미세공정 로드맵. 출처=각사 취합


미국 내 반도체 생산원가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실제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170억 달러보다 80억 달러가 더 늘어난 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인상률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높은 영업이익보다는 고객사 확보를 통해 신뢰관계를 맺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도체협회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4·5nm급 미세첨단공정의 반도체 수율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삼성전자는 기존 포트폴리오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의 고객사들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다양한 기술 경험과 고객사를 확보해 신뢰관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