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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전기차 수요 폭발점은?…"kWh당 가격 120달러 이하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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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전기차 수요 폭발점은?…"kWh당 가격 120달러 이하여야"

현대차그룹,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빠르게 전동화 전략 추진
전체 판매량 대비 전기차 판매는 저조해 목표 달성은 미지수
중저가 배터리 보급 활성화가 전기차 수요 증가에 가장 중요한 부분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들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SK온이미지 확대보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들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SK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저가 보급형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보편화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판매된 지 10년을 넘어서면서 배터리의 수명과 전기차 성능이 내연기관 자동차 못지않음이 입증됐고, 충전 인프라 등도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없어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가성비에 초점을 맞춰 가장 많은 판매 비중을 보이는 소형‧준중형‧중형 승용차와 화물차 등의 차종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주도했던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수준도 낮아지거나 철폐되면서 가격 책정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전기차 모델에 탑재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렇다면 배터리 가격대를 어느 수준으로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배터리 업계는 현재 기준으로 이상적인 배터리 가격을 kWh(킬로와트시)당 120달러 이하로 보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 보급형 배터리라는 명칭을 보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세웅 전 삼성SDI 부사장(현 코캄 사장)은 지난 인터배터리 2018에서 “국가별로 전기요금이 달라 정확한 금액을 산출할 수는 없지만 국내는 111달러, 독일은 157달러, 미국은 80달러 등 kWh당 120달러 이하가 돼야 경제성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120달러 이하로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는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배터리 수명 연장 기술은 고도화했고, 생산공장 확장 및 공정 기술이 진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실제로 2025년이 되면 kWh당 가격은 100달러 이하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빨리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기대만큼 원가를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개발한 신기술을 적용해 만든 배터리가 양산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면서 사용 범위가 확대되는 일반적인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출시되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아직 kWh당 138달러 수준이라 아직은 비싼 편이다. 에너지 리서치기관 블룸버그NEF는 “평균 리튬이온 배터리 비용은 kWh당 151달러이며,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 배터리 평균 비용은 kWh당 138달러”라며 “kWh당 1000달러를 웃돌던 지난 2010년과 비교해서는 1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아직도 높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임을 감안하면,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고기술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중저가 배터리 생산을 결정한 이유다. 프리미엄 배터리 기술 선도력을 유지하면서, 갈수록 수요가 확산하고 있는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둬, 가격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다. 중저가 배터리 개발을 위해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비로 3088억원을 사용했고,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262억원, SK온은 845억원을 투자했다.
중저가 시장은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높은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사세를 키운 중국 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LFP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이던 주행거리를 극복하면서 가격대는 낮은 고성능 LFP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삼원계 배터리 개발을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원재료 가격이 너무 높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코발트의 높은 가격으로 인한 생산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존 성능을 더 개선한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보였다. SK온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 소재 중 코발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프리 삼원계 배터리 제품을 선보였으며, 삼성SDI 역시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망간을 활용해 고망간 배터리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은 LFP 배터리 대비 높은 상황이다. 결국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LFP 배터리 기술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은 증명됐지만, 중국의 아성을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는 지적이 많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발발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의 국가가 연합해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연이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활용한다면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의 경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결국 전기차를 선택하려면 가격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국내 3사가 LFP 배터리 기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만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또 한 차례 한·중 간 배터리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