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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세계 1위 日 토요타 잡아라" K-배터리 업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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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세계 1위 日 토요타 잡아라" K-배터리 업계 승부수

전 세계 유일 年 1000만대 판매 업체, 전동화 작업 시작
LG엔솔 공급 협의 중 소식에 SK온, 삼성SDI도 기대감 ↑

토요타 첫 순수전기차 bZ4X.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첫 순수전기차 bZ4X. 사진=토요타
K-배터리 3사가 보급형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일본 토요타 자동차를 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토요타에 공급할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꼽힌다. 올해 1월부터 업계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발언은 가능성을 확신으로 여기는 계기가 됐다. 권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토요타와의 협력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아직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수주) 진행은 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독일 폭스바겐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은 이들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의 전동화는 초보 수준에 불과할 만큼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업체가 공급한 실적이 아직 없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토요타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연간 1000만 대 생산‧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토요타는 중저가 차량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어, 보급형 배터리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통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까지 10개의 전기차 신모델을 투입하고 연간 판매 대수 150만 대 달성이 목표다. 앞서 2021년 토요타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350만 대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 렉서스 브랜드의 경우 2030년까지 전 차량 부문에 전기차 도입 등을 핵심 골자로 하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토요타가 판매하는 전기차로는 bZ4X 등이 있다. 이 차량에는 파나소닉과 중국 CATL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하지만 업계는 10종의 전기차 신모델 출시, 150만 대 달성 등을 핵심 골자로 하는 토요타의 전동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새로운 업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토요타가 코롤라·캠리·RAV4 등 중소형 차급이자 저렴한 가격대의 차량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고, 연 10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중저가 보급형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048만 대의 차량을 팔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토요타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사로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자국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중국 업체의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은 부품‧소재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매우 혹독한 성능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의 경우 해외 업체 제품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수백 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토요타는 일본 산업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기업으로 공급처 선정 과정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토요타 일본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해외 업체 가운데 한국의 포스코가 유일할 정도다.

최근 토요타가 국내 업체와 배터리 공급을 협의 중이라는 것은 그만큼 성능과 품질을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으로 삼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비롯해 최근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보급형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도 시작했다.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서도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은 필요하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토요타는 중요한 고객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토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다양하면 좋다"며 "다만, 멀리 보느냐, 당장 수익을 내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