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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몬법 4년 4개월째…자동차결함 해결 움직임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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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몬법 4년 4개월째…자동차결함 해결 움직임 '제자리걸음'

한국형 레몬법 2019년 1월 도입
4년4개월간 교환·환불 13건에 불과

서울 시내 한 상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상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진=뉴시스
자동차 결함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산 차가 고장을 일으키면 제조사가 교환·환불을 해야 하는 '한국형 레몬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복잡한 절차, 오랜 시간 소요, 제조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법 등이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한국형 레몬법은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라는 취지로 지난 2019년 1월 도입됐다.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중대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형 레몬법에 따른 자동차 교환 판정은 8건에 불과했다. 환불 판정은 이보다 3건 적은 5건이었다. 이 기간에 접수된 교환·환불 요구는 2034건에 달했지만, 교환·환불 판정을 받은 건 1% 미만(0.67%)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복잡한 절차, 교환·환불을 받기까지의 오랜 시간 소요, 제조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우선 레몬법 적용은 중대하자 2회, 일반하자 3회 수리하고도 결함이 재발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또 이 같은 결함은 차량을 인도받고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 이내에 발생해야 한다는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하자재발통보서'를 작성해 제조사에 필수로 보내야 한다. 이후 하자 재발 통보→중재 신청→흠보정(제출서류 수정 및 보완 단계)→심리참석→심리진행→판정 등 총 6번의 절차를 통과해야 소비자는 제조사 측으로부터 차량 하자로 인한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다. 4년 4개월간 교환·환불 판정이 내려진 13건의 신청부터 판정까지 평균 소요 시간은 7개월이 넘는 218.9일이었다. 한국형 레몬법에 따른 중재 판정을 기다리기보다 업체와 합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종결된 1954건의 32.4%(634건)는 업체와의 합의를 통해 교환·환불·보상·수리 조치를 받았다.

소비자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차량 결함 등은 제조사의 책임이지만, 이를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이에 하자가 발생해도 복잡한 절차 등에 지쳐 소송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정부가 직접 나서 조정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는 것도 제조사 중심의 법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이에 전문가들과 업계는 레몬법이 소비자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은 미국의 레몬법을 보고 도입했지만, 배경 자체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중심'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되어 있지 않다 보니 현재는 유명무실한 법이 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레몬법은 당시 좋은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며 "이에 정부가 지난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는 했지만, 이마저도 확실히 추진되고, 또 제조사 중심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딜러사마다 다른 대응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구매 시 딜러는 소비자에게 레몬법 적용을 받기 위한 '자동차 교환·환불보장 추가 계약서'를 안내해야 하지만 딜러가 이를 안내하지 않아 한국형 레몬법 적용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딜러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전혀 안내를 받지 못했다"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