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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철강산업 탈탄소화 성공 여부, 정부·업계 협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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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철강산업 탈탄소화 성공 여부, 정부·업계 협력에 달렸다

철강 산업이 순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철강업계의 협력이 필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철강 산업이 순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철강업계의 협력이 필요다. 사진=로이터
철강 기업들이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제철소의 고로를 당장 폐쇄하는 것 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규제 프레임을 마련하고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비용 절감 등을 우선 조치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는 고로 제철소에서 석탄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과 전략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의 비영리 기후 싱크탱크인 아고라 인더스트리와 부퍼탈 기후, 환경 에너지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철강기업들은 재활용 스크랩 사용을 크게 늘리고 수소 기반의 철강 생산을 상업화함으로써 탈탄소화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2022년 10월)에 따르면 2021년 철강 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 중 7.5%에 해당하는 약 27억5000만 톤이다. 보고서는 이 탄소배출량이 2040년까지 18억 톤, 2050년까지 11억2000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철강업체들이 발표한 공약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철강 기업들은 오는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우려되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억제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세계 비즈니스협의회의 CEO이자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자문위원인 피터 바커는 친환경 철강수요의 핵심 동력을 중국내에서 제조 시설을 가동 중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3.7%를 차지했다. 중국내에서 자동차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독일 기업은 2039년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바커는 많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중국에 합작회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 철강 업체들에게 친환경 철강재를 공급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자동차업체 비야디(BYD)와 니오(Nio) 등은 수출용 무공해 자동차 제조를 위해 친환경 강철 사용을 위무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자동차 구매를 꺼릴 것이라는 이유이다.

이런 시점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관심사항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소비자 제품의 탄소 배출량 계산법의 국제 표준이 1년 이내에 나올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친환경 철강 제품 생산 자체만으로도 타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는 상황이 전개 될 것이 뻔 한 일이다.

제강 공정에 수소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거의 제로화 시킬 수 있는 기술 경로이다.

하지만 싱크탱크인 아고라 인더스트리는 전 세계 엔지니어링 및 건설에서 저탄소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철강 생산 부문에는 연간 7000만 톤의 용량만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30년까지 산업계가 지구 온난화 1.5도 목표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용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아고라의 보고서는 "한 가지 핵심 해결책은 직접 환원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와 건설 노동자를 재교육해야 하며, 또 다른 해결책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고라는 저탄소 수소 비용은 제철소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철소가 장거리에서 수소를 운송하여 저탄소 철강 생산에 사용하는 대신 저탄소 철을 수입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더 매력적이라는 해석이다. 저탄소 철강은 에너지 집약도가 낮고 배출량이 적은 방법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금속을 말한다.

한편, 호주의 거대 철광석 채굴업체인 BHP는 제철업계가 2030년까지 배출량을 30%까지 줄일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철강 업계는 탈탄소화 달성을 위해 여러 경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중국은 고로에 사용했던 철광석과 석탄을 재활용 철강(철 스크랩)으로 전환하는 탄소배출 저감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BHP는 지적했다. 현재 고로 공법의 철강 생산 시스템은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의 70%를 차지하며, 중국은 고로체제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저감 기술에는 수소 주입, 가스 재활용, 탄소포집, 화석연료의 바이오매스 대체 기술 등이 있다.

BHP는 2030년대에 1차 철강 생산의 배출 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고로 개조기술을 다른 공정 경로와 병행하여 광범위하게 배치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더 걸리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 없이는 철강 산업의 순 배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