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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8)] 친환경 브랜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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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8)] 친환경 브랜드 경쟁

포스코의 친환경 브랜드 '그리닛'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의 친환경 브랜드 '그리닛'
아르셀로미탈 ‘XCarb 이니셔티브’

잘츠기터 ‘SALCOS’

일본제철 ‘카본중립스틸’

JFE스틸 ‘JGreeX’
포스코 ‘그리닛’

현대제철 ‘하이에코스틸’

글로벌 철강기업들의 친환경 제품 브랜드이다. 이 제품들은 최근 2~3년 전부터 등장했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에 맞춘 느낌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타사와 차별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철강 제품에 브랜드를 붙인 일은 드물었다. 저탄소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브랜드를 눈여겨 보면 철강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키워드로 보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새로운 철강 브랜드들은 탈탄소를 위해 가장 예쁜 이름들이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다. 각국들은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에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더구나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과하면 됐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남은 기간은 3년도 채 안 된다.

그 기간 동안 철강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위해 덩치 큰 몸짓을 친환경 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설비 전환은 최소 3년 이상 걸리고 투자비용도 천문학적으로 투입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럽과 미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철강 산업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철강 산업이 국방(디펜스)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유도 숨어 있다. 국방을 해외에 맡길 수 없다는 문제점을 미국 펜타곤이 가장 먼저 인식했다.

반면에 범용적인 철강 제품은 글로벌 제품이다. 가장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수입해서 사용하면 그만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각국에서 생산된 강판을 채용하는 것이 사례다. 그렇지만 국방은 자국 내에 철강 산업의 존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의 고민은 철강 기업 대부분의 설비들이 과거의 낙후된 설비를 운용 중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존의 고로 체제로 철강기업이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유럽 철강 산업이 보유한 철강 설비의 70% 이상은 모두 탄소 집약적인 고로방식이다. 미국 은 반대로 고로보다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에 불과한 전기아크로가 60% 이상 되지만 US스틸과 같은 오래된 철강 기업들은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등 친환경체제로 전환 중이다.

가장 큰 고민에 쌓인 국가는 중국이다. 세계 철강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설비들이 탄소 집약적인 고로체제이다. 유럽 철강 기업들이 휴동했던 설비들을 값싸게 들여다 가동해온 것들도 더러 있다. 사강이 뒤스부르크 공장 설비를 이전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사강은 구식 설비를 들여다 가동시키느라 무려 4만 톤에 달하는 설비 관련 서류를 독일에서 가져다 그대로 설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EU와 미국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협정(GSSA)을 추가할 움직임이다. 탄소 배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탄소배출량 기준을 정하게 되면 철강 관세율 차등 부과가 실행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철강 수출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철강 제품의 주요 원료인 철광석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그나마 친환경 재활용 자원으로 불리는 철 스크랩의 자급률은 이제야 겨우 80%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일부는 수출도 한다. 그러나 완벽한 철 스크랩 자급률은 아직도 멀었다.

결국 국내 철강사들이 저탄소 철강생산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설비 전환과 저탄소 원료의 확보가 관건이다. 단순 압연업체들은 자체 설비의 친환경 구축뿐만 아니라 핫코일, 빌릿, 슬래브와 같은 원료 확보의 공급과정에서 탈탄소화된 제품인가를 가려서 수입해야 한다.

이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고,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의 핵심 어젠다가 됐다. 반면에 국내 철강 기업들 중 친환경 체제 구축 준비는 상위 기업 이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굼뜨면 생존이 어렵다. 만들면 팔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기업과 정부가 손을 맞잡고 철강 산업의 친환경 체제 전환에 힘을 쏟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영일만의 기적으로 쌓아 올린 우리의 철강 산업은 맥없이 주저앉을지 모른다. 안 팔리는 제품을 자꾸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탄소 배출이란 이름의 장벽을 결코 쉽게 볼 일이 아니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