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이 세계 물류를 지배하는 이유는 컨테이너 덕분이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컨테이너를 “세계경제사를 바꾼 대혁신적 발명품”이라고 극찬했다. 컨테이너 창안한 사람은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다. 2차 대전 당시 사용됐던 유조선(T2 탱크선)을 개조해 ‘아이디얼 X호’라는 컨테이너선을 만들었다. 이 선박은 1956년 4월 26일 뉴저지 뉴어크항에서 휴스턴까지 35피트 규모의 컨테이너 58대를 싣고 운행에 성공했다. 2007년 포브스는 맥린을 세계 경제사를 움직인 인물로 지목했다.
컨테이너를 처음 만든 국가는 영국(1792년)이다. 석탄운반용 목재 컨테이너를 마차에 연결했다. 철제 컨테이너의 등장은 1900년대 초이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본격화 됐다.
한국 전쟁은 컨테이너를 대량 생산하는 계기였다. 미국은 군수물자를 이송하면서 절도와 훼손을 방지하려고 ‘Conex(Container Express) 컨테이너를 만든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운송량의 10%를 넘지 않았던 컨테이너는 베트남 전쟁(1967년)에서 막대한 전쟁 물자를 컨테이너로 운송하면서 보편화 됐다. 지금은 전체 물동량의 60% 이상이 컨테이너로 운송된다.
전 세계 선박용 컨테이너는 20피트(6.1m)와 40피트(12.2m) 단 두 가지이다. 유럽에는 30피트, 45피트와 육상용 48피트, 미국에는 48피트와 철도운송용 53피트 등도 사용한다.
항공기에도 화물 컨테이너가 사용된다. B747은 약 300~400명의 승객을 태우고도 100톤의 화물을 더 싣는다. 엄청난 적재량은 항공컨테이너가 있어서 가능하다. 747용 메인데크 M1 컨테이너는 길이 3.15m, 폭 2.44m, 높이 2.44m이다. 여기에 컨테이너 31개를 실을 수 있다.
컨테이너의 안전 수송은 고정 장치가 필수이다. 트레일러나 화물선에 튼튼히 고정해야 하는 핀은 ‘트위스트락’이라고 한다. 이 핀은 ‘텐틀링거’가 개발했다. 그는 컨테이너 여덟 귀퉁이에 고정용 고리를 달고, 수평면 구멍에 잠금장치를 90도로 끼운 결박 장치를 개발했다. 오늘날 화물 컨테이너 만능시대를 만든 인물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생산국이었다. 지금은 부가가치가 적어 수출용 컨테이너를 생산하지 않는다. 농가에 설치된 하우스용 컨테이너는 국내 군소제작업체들이 만든 것들이다. 수출용 컨테이너의 95%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1974년 흥명공업이 미국(리스업체) ICS에 처음 컨테이너를 수출하면서 국내 컨테이너 제조 산업을 세계 1위로 성장 시켰다. 1980~1990년대 초에는 현대정공, 진도, 흥명공업, 광명공업, 대성산업, 동국중기, 효성금속, 신우산업기기 등 여러 컨테이너 제작업체가 여러 개 있었다. 한국컨테이너공업협회가 구성될 정도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독자적인 첫 사업도 컨테이너 사업이었다. 정몽구 당시 현대자동차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1976년 신사업으로 컨테이너를 낙점하고 이듬해 현대정공을 설랍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정공은 7년 만인 1983년 생산실적 기준 5만5000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해 5만대에 머무른 경쟁사인 일본 도큐카를 누르고 세계 최대 컨테이너 생산업체로 등극했다. 일본 해운 전문지 다이아몬드는 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이 1983년 건조량 기준으로 조선업계 세계 1위에 올라섰다고 보도했는데, 현대정공의 컨테이너가 간발의 차로 범 현대그룹 최초 세계 1위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으로 선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으로부터 사업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밀려났다. 흥명공업, 대성산업이 폐업(1993년)하고, 다음해에는 현대정공, 진도 두 업체만 남았지만 국내에서는 냉동컨테이너 등 특수 컨테이너만 생산했다. 2000년도에 국내 컨테이너 시장은 막을 내렸다. 현대정공은 현대모비스로 상호를 변경하여 자동차부품업체로 전환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HMM의 알헤시라스(Algeciras)를 필두로 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선박들이다. HNN 알헤시라스는 스페인 남부의 지브롤타 해협에 인접한 항구도시 이름과 같다. 이 선박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선박의 최대 수용 능력은 2만3964TEU이다. 20피트 컨테이너를 무려 2만3964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이다. 배의 길이는 400m이며 폭은 61m에 달한다. 배 크기를 원으로 그린다면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에서 사용되는 400m 트랙 하나가 될 수 있는 크기이다.
지중해 선박회사 MSC는 컨테이너 용량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선박 회사이다. 이 회사는 제네바에 본사를 두고 1970년부터 운영되어 왔다. 지중해 선박회사 S.A.의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2019년에 삼성 중공업에서 만든 MSC 귈슌(Gülsün)이다. 400m, 폭 61m로 최대 2만3756TEU의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로불리는 배도 있다. 어린왕자를 집필한 프랑스 작가의 이름을 딴 것이다. 2015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건조한 CMA CGM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그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배였다. 이 선박도 길이 400m, 폭 59m이었으며 컨테이너 적재능력은 2만954TEU이다.
컨테이너선은 해상운송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큰 용량의 선박은 운송여건이 좋아 세계 해상 화물 운송에 매우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