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종대의 철태만상(14)] 나라마다 다른 철로 길

글로벌이코노믹

[김종대의 철태만상(14)] 나라마다 다른 철로 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 앞서 경기도 부천 원종역에서 고양 대곡역을 향하는 전철에서 함께 시승한 주민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 앞서 경기도 부천 원종역에서 고양 대곡역을 향하는 전철에서 함께 시승한 주민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해선 부천 원종역에서 고양 대곡역 구간까지 전동차를 시승했다. 원종역에서 고양 대곡역까지 약 20여 분간 지역 주민, 상인 등과 전철 내에서 이야기 나눴다.

전‧현직 대통령이 시민들의 생활상을 살피고 서민들과 격의 없이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열차가 제격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경호 차원에서도 열차는 보다 안전하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러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전용 열차를 이용한다. 이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일성 주석도 전용 열차를 선호했다.

하지만 국경의 철로 교차점에서는 오랜 시간을 지체해야만 했다. 철도 레일의 폭이 달라 전용 열차의 기차 바퀴를 해당 국가의 선로 폭에 맞게 갈아 끼워야 했다.

철도 궤도의 폭(궤간)은 마차 바퀴 폭에서 비롯됐다. 우리의 철도는 1435mm 표준궤도이다. 러시아, 핀란드는 광궤 철로여서 레일의 폭이 1524mm나 된다. 스페인, 포르투갈, 인도, 파키스탄은 더 넓다. 1676mm나 된다.
광궤철도는 건설비가 많이 들지만 더 많은 화물운송과 고속 운전이 가능하다. 러시아와 스페인이 광궤철도를 운행하는 이유는 적국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세계 2차 대전 때 러시아를 침공한 히틀러는 철도 레일이 달라 군수품 보급에 애를 먹었다. 스페인도 프랑스의 침공을 막느라 광궤를 선택했다. 인도가 광궤를 사용한 것은 영국이 식민지의 물자를 대량으로 수송하기 위한 것이었다. 양육강식의 전형이다.

일본은 독특하게 다양한 너비의 궤간(軌間)이 혼재한다. 일본은 사설 철도법으로 철로가 건설되다 보니 철로 폭이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1067mm를 비롯해서 1067mm와 1435mm 중간인 1372mm도 있다. 일본은 사설 철도회사가 17개나 운영되다가 국유화로 통합됐다. 지금도 일본의 철로 폭은 다양하게 현존해 있다.

한국의 대통령 전용 열차는 1950~1970년대부터 운행됐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기관차에 특별객차 몇 개를 붙여 전용 열차로 사용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1980년 충북선 복선 개통식과 1984년 6월 광주 방문 때만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전용 열차를 이용했다.

현직 대통령의 전용 열차는 KTX 열차이다. 대통령 이외에 3부 요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 열차는 특벌차(特閥車)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식 이후 이 열차로 귀향했다.

조선시대에 순종은 철도를 이용해 전 국토를 순행했다. 1909년 1월 7일부터 2월 2일까지 매우 추운 겨울에 전 국토를 찾아갔다. 1월 7일 순행 길에는 의양군 이재각, 궁내부대신 민병석 등 85명의 수행원과 함께 대구 부산 마산을 순행했다.

“지방 순찰은 백성을 위한 것이니, 그대들도 명심하여 백성을 걱정하는 임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도록 하라.”

순종은 순행 장소에서 지방 수령을 불러 백성의 불편을 살폈다고 순종황제순록에 기록되어 있다. 1월 7일에 시작한 순종의 지방 순례는 19일에 평양, 신의주, 개성을 순행했고, 31일에는 신의주를 출발하여 선천역까지 이르렀다. 순종의 지방 순행은 2월2일 모두 마쳤다. 근 한 달간의 순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종의 지방 순행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3월 4일에는 남쪽지방도 순행했다. 1907년 즉위 1년 6개월 만에 열차를 이용하여 한반도 남북의 끝까지 찾아가 백성들의 삶의 현장을 두루 살폈다.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려는 임금의 고뇌는 철로 곳곳에 묻어 있을 것만 같다.

가장 기동성 있고 안전한 열차가 만들어준 임금의 역동적인 지방 순례를 현 시대에 다시 소환시켜도 흐뭇한 일이다.

“Go and See.”

직접 가봐야 더 잘 알 수 있다.

어제의 기간산업이 굴뚝산업으로 천대를 받는 시대가 됐지만, 철강 산업은 더 빠른 행보를 만드는 일을 꼭 이어가야 한다. 국가 인프라는 자국에서 감당해야 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