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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16)] 명성 관리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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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16)] 명성 관리는 생존이다.

6일 오전 인천 계양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지하 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전날 공식 사과하고, 단지 내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는 수습안을 내놨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6일 오전 인천 계양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지하 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전날 공식 사과하고, 단지 내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는 수습안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뉴욕 911사태는 악몽이었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남쪽 빌딩과 북쪽 빌딩에 각각 여객기 한 대가 돌진하더니 어~하는 순간에 빌딩을 들이 받았다. 세계인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빌딩은 맥없이 무너졌다.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했다.

빌딩이 무너져 내린 원인은 빌딩을 받쳐주는 두터운 기둥을 사용하지 않은 새장처럼 유연한 구조 때문이었다. 2752명이 사망했다. 기둥에 철근을 설계대로 보강하지 않았다는 말은 없었다. 기둥을 덜 세운 게 문제였다.

삼풍백화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느라 두터운 기둥을 없애 빌딩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삼풍백화점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68년 5월 16일. 영국 런던 캐닝타운의 공동주택이 연쇄 붕괴됐다. 높이 60m의 24층 오피스텔 18층에서 일어난 작은 가스 폭발이 원인이었다. 가스가 폭발되자 벽 패널(wallplate)과 바닥이 무너지면서 22층에서부터 2층까지 연쇄 붕괴됐다.
런던청이 원인을 찾느라 역순으로 오피스텔을 철거했다. 부실 공사의 민낯이 드러났다. 벽과 바닥 사이에 채워져 있어야 할 모르타르가 없고 쓰레기로 가득 찼다. 철근, 앵글과 같은 철강재 사용도 경비 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제외됐다.

런던에는 캐닝타운과 같은 방법으로 시공한 건물이 약 3000여채 남아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주거공간이 부족하자 지은 건축물들이다. 30년이 지나서 영국당국은 관련 프리패브공법으로 지은 건축물은 붕괴위험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잉글랜드 살포드의 6개 타워를 동시에 폭파시키기로 했다. 이 폭파 장면은 TV를 통해 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공개됐다. 영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명성 회복을 위한 퍼포먼스 덕택인지 세인들의 기억 속에 런던 오피스텔 붕괴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중국 후난성 건물 붕괴사고도 철근 보강 부족이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명성 부활 조치는 흐지부지됐다.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중국이 건설한 건물은 안전한가?”라며 한 번쯤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4월말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공사에서 GS가 건설하는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내렸다. 무거운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설계에다 시공사인 GS건설이 설계보다 더 부실한 시공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발주처인 LH공사도 사전에 감독을 등한시했다.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조사 결과 철근(전단보강근)을 설계보다 덜 넣은 것이 치명적인 화근이었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기둥에 철근을 보강해야 하는데 주차장 기둥 32개 중 절반이 철근 보강을 누락시켰다.

한마디로 철근 투입 규정량을 무시하거나 빼먹고, 부실한 강도의 콘크리트를 사용한 셈이다. GS건설은 사고가 나지 않은 15개 동을 포함해서 16개동 1666세대의 건물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했다.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실수를 반성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건설하려면 최소 5,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이다.

아파트 공사에 철근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길래 기둥에 철근을 덜 넣었을까. 보편적으로 2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약 8t의 철근이 사용된다. 철근 1t의 가격은 약 94만원이다. 수입 철근은 85만원 정도.

검단 지역의 20평 아파트가격이 약 3억원대라고 할 경우 철근이 차지하는 비용은 76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철근을 덜 넣는 건설기업의 행태는 이해가 어렵다.

GS건설은 지금 위기를 맞았다. 우선 사과문을 발표했다. 명성관리 첫 번째 항목을 이행했다. 금년 12월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 공사를 다시 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기업 당사자의 손해도 문제이지만 입주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다시 공사를 하려면 약 5000억원이 든다. 이를 감당하겠다는 GS의 결단은 눈에 띈다.

문제는 브랜드 평판이다. 한번 무너진 평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나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오랜 명성을 쌓아왔던 대기업이 후진국형 사고를 저지른 일이어서 여파는 크다.

철근 몇 토막 덜 넣어서 발생한 사고, 정말이지 대기업답지 않다. 창피한 일이다.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재건축 의지는 가상하지만 글쎄 기업의 명성 회복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평판을 쌓는데 20년이 걸리지만 망가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충고가 검단 아프트 공사 현장에 쌓여있는 철근제품과 오버랩 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