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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17)] 난민 급증과 높아진 국경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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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17)] 난민 급증과 높아진 국경 장벽

2023년 5월 11일(현지시각)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설치된 철조망을 통과하고 있다. 이민자들은 ‘타이틀42’ 폐지를 앞두고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디기를 희망하며 국경에 몰려들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5월 11일(현지시각)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설치된 철조망을 통과하고 있다. 이민자들은 ‘타이틀42’ 폐지를 앞두고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디기를 희망하며 국경에 몰려들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시리아 내전 등으로 인한 난민 급증과 이민자 증가로 유럽 전역이 홍역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열었지만, 범죄가 증가하고, 주택가격의 상승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지출 부담 등이 이주민 탓으로 이해되는 등 반발 정서가 커지고 있다.

골치 아픈 난민 정책은 급기야 네덜란드 연립정부를 무너뜨렸다. 마르크 뤼터 총리가 7일(현지시간) 난민 정책의 이견을 봉합하지 못하고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2010년 총리직에 오른 최장수 총리가 난민 정책으로 인해 무릎을 꿇은 셈이다.

성격이 다르지만 난민은 또 다른 이유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을 불법 이민 통로로 이용하면서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의 역사는 제법 길다.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국경은 처음에는 바위 더미였으나 수년에 걸쳐 30피트(9.144m) 높이까지 철제 기둥이 세워졌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길이는 거의 3200km이다. 대부분의 땅에는 국경 장벽 건설계약이 체결되어 있어 장벅 구축이 어지 않다.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는 최초의 장벽은 1900년대 초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와 소노라주 노갈레스 사이에 세워졌다. 6피트(약 1.83m)_높이의 철조망은 소가 국경을 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건설했다.
철조망, 즉 가시철망은 소 방목에 필요한 장벽으로 탄생했다. 가시철망은 시카고에서 시작됐다. 오래전 카우보이들은 시카고의 드넓은 사막에서 소떼를 방목했다. 가축을 좀 더 많이 기를 수 있는 건조농사법의 개발이 성공하고, 미 정부가 댐을 만들어 필요한 물을 공급하자 소 방목은 날개를 달았다.

여기에 철도가 깔리자 전국에서 소떼들이 몰려왔다. 이 철로를 따라 잘 성장한 소떼들은 시카고에 있는 사육장으로 운반됐다. 방목을 위해 텍사스 주에서 북부까지 4000마일(약 64.37km)에 걸쳐 소떼들이 몰려들었다.

1870년대 서부 개척시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풍경은 프레더릭 레밍턴(1861~1909년)의 그림과 오언 위스터(1860~1938)의 서부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철조망이 탄생되면서 사반세기 동안 200만두의 소떼를 몰았던 카우보이들의 소를 모는 풍경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가시철망이 카우보이의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사실 장벽으로 선택된 철 구조물은 인류에게 처절한 역사를 만들었다. 아우슈비츠 강제노동수용소에 설치된 가시철조망은 억압의 상징이다. 가시철조망으로 국경의 구분하고 있는 바리케이트는 분단의 상징이다.

다시 미국과 멕시코간의 장벽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가시철망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코치세까지 소 울타리처럼 5개의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주변의 어린아이들은 그 울타리를 넘어가 도토리를 줍고 울타리를 넘어 다시 돌아가곤 했다. 때로는 목장의 소 울타리인지 국경의 울타리인지도 모를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설치된 30피트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여러 곳에 길게 뻗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소를 막는 장벽이 사람을 막게 되었다는 의문을 품었다.

국경 장벽은 세기에 걸쳐 국경 마을에서 더 흔하게 설치되었다. 조지 H.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3년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을 따라 수 마일의 울타리가 설치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0년대에 헬리콥터의 착륙을 돕기 위해 베트남 전쟁 당시의 착륙 매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018년 의회에서 약 100마일(약 160.93km)의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교체할 계획으로 16억달러를 확보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이 더욱 확장된다는 움직임이다.

2022년에는 선적 컨테이너를 사용하여 국경에 남겨진 장벽의 공백을 메웠다. 컨테이너가 국유림 토지에 세워지자 무단 침입 소송으로 이어졌고, 결국 2023년 초에 철거되었다. 미 연방 정부는 국경을 따라 기존 울타리를 완성할 계획을 놓지 않고 있다. 물리적 장벽뿐만 아니라 카메라 시스템과 센서 시스템, 그리고 대응 시스템까지 설치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가시나무에 가시 난다’고 했던 한국 속담과 같이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반도의 허리를 갈라놓는 철조망 장벽이 하루속히 걷히기를 소원하는 우리의 마음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더하여 소중한 철을 만드는 철강인들은 인간의 왕래를 막는 장벽에 철이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