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종대의 철태만상(18)] 탈탄소화 규정 어느 것이 정답인가

글로벌이코노믹

[김종대의 철태만상(18)] 탈탄소화 규정 어느 것이 정답인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뉴시스
무탄소 철강 제품을 둘러싼 의견이 팽팽하다. 미국의 글로벌 철강기업 리더들은 무탄소 철강 제품의 기준에서부터 표준제정, 저탄소 철강재의 분류 방법 등에 대해 갑론을박의 논쟁을 벌였다.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철강기술협회 주최 ‘2023 글로벌 철강다이나믹스 포럼’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글로벌 철강기업 리더들의 공통 관심사는 탈탄소화였지만 고로메이커와 전기로 메이커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논쟁은 탈탄소화를 위협하는 값싸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외국산 철강 수입문제에서 불거졌다. 일부 리더는 멕시코를 지목하면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협정(USMCA)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문을 연 것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CEO(최고경영자)인 루렌코 곤칼베스였다. 그는 “멕시코가 세계 환적의 수도”라면서 소위 더러운 철강을 가장 많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라고 지목했다.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멕시코에 철강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테르니움의 CEO인 막시모 베도야는 이 소리를 듣고 가만있지 않았다. “멕시코 철강제품이 북미 환적에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 강관제품의 50% 이상이 중국산 철강으로 만들어진 외국산 철강재”라고 맞받았다. 멕시코 제품을 사용하는 미국 철강 시장이나 중국산으로 새로운 강관제품을 만들어내는 미국 철강 제조업이 다를 게 뭐냐는 항의였다.

저탄소 강재 분류방법에서도 전기아크로 메이커와 고로메이커가 한판 논쟁을 벌였다. 아르셀로미탈은 고로와 전기 아크로(EAF)에서 배출 강도를 낮춘 책임 있는 강철 표준 경로를 별도로 만들자고 했다. 고로(BF)에서 생산된 철강은 탄소 집약도가 EAF에서 생산된 철강에 대해 지정된 임계 값을 초과하더라도 저탄소로 간주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전기로 메이커인 뉴코가 가만 있을리 없었다. 뉴코는 “터무니없는 지표설정이다"고 일축했다. 모든 생산자에게 적용되는 단일 임계 값을 부과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사하게 감소하는 대체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배출이 전기로보다 4배 이상 많은 고로의 임계 값을 전기로와 같이 해달라는 요청은 말이 안된다는 반박이다.

다른 의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도 고로와 전기아크로 메이커 리더들은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철 스크랩 부족에 대비해 1차 제강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많은 철강 기업들이 철 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아크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철 스크랩 부문은 ‘미국의 스크랩 부족과 품질 저하’라는 주제로 3일간 토론을 가졌다. 프리메탈스 테크놀리지의 최고 전략 책임자인 아시시 굽타는 소결 공급 철 함량이 앞으로 10년에 1%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루렌코 곤칼베스는 ”고철은 땅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파쇄할 때마다 얻어지는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스크랩은 사라진다”며 “털강 업계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회사가 자체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경고였다.

다른 토론자는 철강업체들이 계속해서 전기아크로 철강 생산에 주로 투자하고 고로(BF)를 소홀히 한다면, 20년 넘게 BF를 건설하지 않은 미국은 1차 철강을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소제철 문제도 등장했다. 아르셀로미탈의 곤칼레스는 수소 제철이 6년 이내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충분한 투자는 의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수소제철은 철의 직접 환원과 BF에서 점결탄을 대체하는 데 응용할 수 있고, 탄소 집약도를 낮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과 가격표를 가졌지만 물을 수소 연료와 산소로 분리하는 대규모 전기분해는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는 현시대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다만, 아직 탈탄소화 된 이후에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을 만드는 데는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리더들이 자사의 입장만 주장하는 토론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탈탄소의 길은 먼 것 같다는 느낌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