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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부족-3] 수많은 ‘승인 문화’가 화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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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부족-3] 수많은 ‘승인 문화’가 화를 자초했다

반도체 업계 ‘2개월 이내 1년치 주문’ 시기 놓쳐
할당 배정 시기 놓치며 공급 차질, 생산현장 혼란
 혼다자동차의 우한 공장 전경. 사진=재팬타임스이미지 확대보기
혼다자동차의 우한 공장 전경. 사진=재팬타임스
반도체 기업들은 여러 기업들의 잇단 주문 취소로 긴급히 필요하다고 해도 갑자기 재고 수준을 높여 반도체를 공급하기가 어려웠다.

수그러지지 않는 현장에서의 혼란


반도체 시장이 타이트해지려 할 때 각각의 반도체 업체는 고객사에게 “2개월 이내에 1년분을 확정 발주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러나 일본 고객들의 반응은 느렸다. 원래 왜 1년분의 발주를 확정해야 하는지, 몇 달 앞의 수량도 모르는데, 1년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일본 고객들의 솔직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주저하는 태도는 반도체 수급 경쟁이 침예화한 당시 상황에서 놓고 봤을 때, 앞으로 벌어질 생산 불안을 일으키는 결정적으로 느린 결정이었다.

“2개월 이내”였지만, 각 반도체 기업들은 전 세계 수요 업체들이 줄을 서서 쏟아내는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이로는 동안 일본기업 담당자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구매 요청서를 작성한 뒤 이를 중간 관리자와 부서장, 임원 등 수많은 상관에게 무수히 많은 승인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각 승인과정에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안으려는 상관들로부터 세세한 질문이 받고 대답해야 했다. 담당자는 ‘책임을 안지려는’ 상사의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그 때마다 각 반도체업체나 반도체 공급업체에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려 보내야 했다.

일부 일본 기업은 2개월 기간에 빠득하게 맞춰 주문을 완료했지만 이미 반도체기업들은 주문을 받는 업체에게 공급하는 제품 할당(배분 비율)을 결정된 후였다. 즉, 반도체 수급량을 최대한 보장 받기 위해 최고결정권자가 결정해 실무진들이 뛰는 톱다운(Top-down) 의사결정 체제로 발 빠르게 움직인 외국기엄이 높은 할당을 받은 뒤였다. 책임 회피를 위해 일선 담당자가의 구매안을 놓고 책상에 앉아 검토와 사인만 하고, 이를 최고의사경정권자에게 최종승인을 받는 바텀업(Bottom-up) 체제로 움직인 일본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반도체는 수요량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 후, 반도체 업체로부터 납기 시기가 1년 또는 2년 후가 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일본 기업 생산 현장에서는 혼란에 휩싸였다.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반도체 제조 장비 제조업체의 총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일본 기업을) 끔찍하다고 여겼다. 납기가 가까워도 출하 직전에 ‘lot out(로트 아웋, 검사 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량이 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로트 아웃)한 반도체는 미국 기업에 공급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은 부품 품질 검사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들의 기준이 국제 표준을 통과해 이상아 없다고 판단되는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과도한 기준을 내세운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 기업이 불량이라고 판정한 반도체가 미국기업의 품질 검사에서는 통과해 사용됐는데, 이 반도체를 사용한 부품 모듈을 적용해 만든 미국 기업의 자동차 품질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계속>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