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 규정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중국 내 생산시설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하,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전 범용(레거시)반도체는 10% 미만까지 생산능력 확장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3월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업계와 정부는 최악은 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정부와 업계가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 기준을 5%가 아닌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공장과 다롄공장에서 전체 D램의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했던 초안에서 문제가 됐던 '10만 달러 이상 규모의 반도체 설비확장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빠진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생산능력 부문에서 확장이 제한을 받으면서 사실상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의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국 사업 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투자를 줄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22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0%가 감소했다. 문제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인텔의 낸드사업부(現 솔리다임)를 88억4000만 달러에 인수해 상당한 금액을 중국에 투자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부분을 중국 생산에 의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비 중국 의존도를 쉽게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내 사업 전략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최종 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상유지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며 “대규모 투자나 확장이 제한된다는 점은 중국 사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이 발효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해외 기업들의 대중국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도 다음 달 종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수출 통제 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반도체 업계의 불안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