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 뇌물 스캔들 몸통 퍼스트에너지 단죄…"부패엔 무관용"
OCI파워 등 8개사 "시장 90% 中이 장악…제2 요소수 사태 막아야"
OCI파워 등 8개사 "시장 90% 中이 장악…제2 요소수 사태 막아야"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한국에서 에너지 산업의 '룰(Rule)'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이 동시에 내려졌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거대 전력 회사의 정경유착 비리에 철퇴가 가해졌고, 한국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시장의 '탈(脫)중국' 선언이 나왔다. 하나는 시장의 투명성을, 다른 하나는 에너지 안보를 겨냥하고 있지만 두 사건 모두 전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강도 처방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그랜드 피나클 트리뷴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O)는 11월 19일, 지난 5년간 지역 정가를 뒤흔든 뇌물 스캔들의 핵심 기업 퍼스트에너지(FirstEnergy)에 대해 만장일치로 제재안을 의결했다. 애크런에 본사를 둔 퍼스트에너지는 전력망 현대화 명목으로 거둔 요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고객들에게 약 1억 8700만 달러(약 2750억 원)를 환불하고, 1억 8000만 달러(약 264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총액 3억 6000만 달러(약 5290억 원)를 상회하는 이번 조치는 유틸리티 업계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제니퍼 프렌치 PUCO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위원회는 사실관계가 가리키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번 사태가 유틸리티 규제에 있어 책임감과 정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건의 전말은 2020년 7월, 당시 오하이오주 하원의장이자 유력 정치인이었던 래리 하우스홀더와 측근 4명이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퍼스트에너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6000만 달러(약 880억 원) 규모의 공갈·사기 범죄를 공모했다. 이들의 목표는 두 곳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오하이오 전력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전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었다.
퍼스트에너지는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연방 기소를 피하는 조건으로 이미 2억 3000만 달러(약 338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법적 단죄 또한 신속했다. 하우스홀더 전 의장은 2023년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공범인 매트 보지스 전 오하이오 공화당 의장 역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퍼스트에너지의 전 CEO 척 존스와 전 수석 부사장 마이클 다울링은 해고 후 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스캔들 이후 퍼스트에너지는 기업 문화를 쇄신하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는 등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렌 시버키스 대변인은 "이번 규제 조치는 오늘날의 우리 회사와는 무관한 과거의 활동을 매듭짓는 것"이라며 "책임감과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부패는 용납 불가"…소비자에 수천억 환원
오하이오주의 환경 단체와 소비자 보호 기구들은 이번 제재를 단순한 사건 종결이 아닌 '시장 정의의 실현'으로 해석한다. 오하이오 환경위원회(OEC)의 카린 노드스트롬 변호사는 "PUCO가 퍼스트에너지에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 것은 전력 회사들에게 '부패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기 요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부당 징수액을 반환하도록 강제한 점은 규제 기관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오하이오 소비자 변호인단의 모린 윌리스 대표 역시 "지난 5년 동안 소비자를 대신해 책임 규명을 요구해온 노력의 결실"이라며 "오늘 판결은 오하이오 주민들이 기업의 부정행위 비용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PUCO 위원들 또한 "기저에 깔린 뇌물 행위는 주 규제 책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라고 질타하며, 이번 조치가 향후 유사한 부정행위를 막는 강력한 억지력이 되기를 기대했다.
전력망의 두뇌 '인버터', 中 해킹 위협 노출
임성택 OCI파워 연구소장은 국내 태양광 산업이 처한 위기를 냉철하게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임 소장은 "현재 연간 2000억~3000억 원 수준인 인버터 시장은 매년 10기가와트(GW)의 태양광이 보급될 경우 1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추세라면 시장의 90% 이상이 중국산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무역 적자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하는 장치로, 전력망의 '두뇌'이자 '혈관' 역할을 한다. 임 소장은 "인버터는 전력을 측정하고 발전소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전력망을 제어하는 핵심 안보 장비"라며 "그동안 저가 공세에 밀려 안보적 중요성이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2021년 '요소수 대란'의 악몽을 상기시킨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이 국가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안보 위협은 실재한다. 2025년 5월, 미국 당국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가 해킹에 취약해 전력 공급 중단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전력망의 신경망이 타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100GW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10GW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정부의 녹색 전환 전략인 'K-GX'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청정 에너지 공급망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협의회는 K-GX 전략에 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구체적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 부문 태양광 프로젝트에 국산 인버터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버터 기술이 표준화되면서 국산 제품도 중국산과 대등한 성능을 갖췄다"며 "적절한 정책적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의 '철퇴'와 한국의 '결집'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신뢰와 안보가 담보돼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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