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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새주인 누구?” 산은 다음달 동원‧하림‧LX 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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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새주인 누구?” 산은 다음달 동원‧하림‧LX 중 선정

우선협상대상 선정 후 연내 본계약 체결
‘중견 그룹간 3파전’…자금여력이 관건
자금능력 관건, 매각 시기 안좋아 유찰 가능성도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가 중국 옌톈항에서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가 중국 옌톈항에서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사진=HMM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새주인 결정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10대그룹이 처음부터 참여를 하지않아 흥행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대신 동원과 하림, LX 등 중견 그룹 3파전 양상으로 전개하면서 나름 긴장도를 높였다. HMM을 인수한 그룹은 해운업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가 재계 순위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15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 매각 측은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을 추려 지난달 6일부터 실사에 나섰다.

매각 측은 약 2개월간 실사작업을 거쳐 다음 달 중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해운업계는 현재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로 급상승했던 경기가 정상으로 회복 단계라고 하지만, 인수를 추진했던 기업들은 HMM의 몸값이 현 불황기 상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채권단으로선 인수 규모를 낮출 수는 없어보인다. 과거 현대상선이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뒤 매물로 나왔다.

매각 대상 주식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900만주에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모두 3억9900만주에 이른다.

HMM 매각 주간사 삼성증권은 입찰 기업에 HMM의 사업계획, 사업 부문별 현황, 재무 정보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최고경영진이 직접 사업 현황, 경영전략, 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인수 후보 업체들은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원산업은 HMM을 인수하게 되면 종합물류 기업인 동원로엑스, 항만사업자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함께 해상운송부터 항만, 육상운송으로 이어지는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팬오션을 함께 인수한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이번에 다시 손잡고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이 이번에 HMM 인수에도 성공하면 벌크선의 팬오션에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을 더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팬오션은 STX그룹으로 인수되기 전 범양상선이었는데, 이 때부터 벌크선 등 해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림이 펜오션에 이어 HMM을 거머쥔다면, 컨테이너와 윈유 등 에너지, 곡물, 자원 등 해운의 모든 부문을 커버할 수 있다.

LX그룹도 사업 확장을 위해 HMM 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LX는 LG그룹 인하우수 운송을 전문으로 했던 LX판토스의 사업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해운물류사업을 넓히려고 하고 있으며, HMM을 인수하면 그 목적의 상당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

채권단과 3개 그룹의 목표는 뚜렷하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돈’이 최대 걸림돌이다.

HMM의 매각가격이 5조∼7조원 정도로 전망되는 상황이며, 후보 세 곳 모두 자체 여력으로 HMM을 인수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느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려면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인수 후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을 보면 LX그룹이 2조5000억원, 하림그룹이 1조6000억원, 동원그룹이 5000억원 등으로 세 곳 모두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인수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무리하게 매각했다가 인수 기업이 HMM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보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책임의 원죄를 쥐고 있는 정부와 금융권으로선 HMM이 흔들리면 또 다시 해운업을 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해운 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 해운업이 침체에 빠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결국 유찰로 갈 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찰 후 재입찰을 통해 HMM 몸값이 낮아지면 그 때 상위 주요 그룹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을 거론하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를 되찾는 다는 명분 이외에도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HMM이 매력적이다.

모든 국내기업의 인수 잠재후보로 꼽히는 포스코그룹은 자체 풍부한 물류 물동량을 소화한다는 차원을 넘어 제조‧자원개발‧무역업에 해운을 붙여 종합적인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여러 설이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산은은 HMM 매각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