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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7년만에 강력한 세대교체…'형제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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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7년만에 강력한 세대교체…'형제경영' 본격화

수펙스의장에 최창원·부회장 4인 2선으로
50대 차세대 CEO 전진 배치…신규 임원 규모 축소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장녀' 최윤정 본부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대원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강력한 쇄신 카드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50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하고 기존 부회장 4인은 2선으로 물러났다. 또 그룹의 이인자 위치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에 사촌 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선임됐다. SK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 사업에 힘을 줄 전망이다.
SK는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수펙스는 이날 최창원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의 막내아들인 최창원 의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 부회장이 그룹의 이인자 위치에 오른 만큼 SK그룹의 제약·바이오 분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사촌형제지간인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투톱 체재가 갖춰지며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 할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수펙스는 이와 함께 지동섭 SK온 사장을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SK그룹은 "이번 협의회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SK 관계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인프라 구축과 변화 관리 구축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날 각 관계사 이사회를 거쳐 차세대 CEO들이 전진 배치됐다. 총 7개 계열사의 CEO가 바뀌었다. 이중 신규 선임된 CEO 3명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를 수료했다.

SK㈜ 사장에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SK실트론 사장은 이용욱(56) SK 머티리얼즈 사장이, SK에너지 사장은 오종훈(55) SK에너지 P&M CIC 대표가, SK온 사장은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각각 맡는다.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48)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는 김원기(53)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현대전자 출신으로 인텔에서도 근무한 바 있는 반도체 전문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배터리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것과 관련해 배터리메니지먼트시스템(BMS) 등과 같은 기술력 고도화를 비롯해 배터리 수율 증가 등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신임 수펙스 의장에 임명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신임 수펙스 의장에 임명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63)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 4인'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다.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에 2선으로 물러난 부회장단 4명의 평균 연령은 61.3세다. 이번에 추가 부회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고,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되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아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험을 살려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박정호 부회장은 SK㈜·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서든 데스' 위험을 언급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한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예고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세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 그룹 전체의 신규 선임 임원은 이날 기준 총 82명으로, 2021년도 107명, 2022년도 165명, 2023년도 14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8.5세다.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34)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다. 이번에 8명의 여성 임원이 신규 선임됐으며, 이에 따라 총 여성 임원 수는 53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임원의 5.6% 수준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