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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조직문화 바꿔야 기술유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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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조직문화 바꿔야 기술유출 막는다

K반도체 기술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픽=연합뉴스
K반도체 기술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픽=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에 필요한 고급 기술과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고급 인력에 대한 충원 욕구도 급증하고 있다.

11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해외업계에 따르면 2023년 예정된 11개 프로젝트와 2024년 야심찬 42개 프로젝트를 포함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82개의 새로운 팹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새로운 시설은 10나노 이상의 100mm에서 10나노 이하의 300mm까지 다양한 웨이퍼 크기와 수십 개의 성숙하고 선도적인 공정 기술을 사용하여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확장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최고급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데 통상 수십조의 비용이 투입되고, 계획부터 착공, 완공까지 빨라야 4~5년 정도가 걸린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에 투자한 약 25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한다. 처음 계획한 투자금보다 약 50%가 늘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투자하는 금액도 약 400억 달러(약 52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이나 TSMC는 최고 기업으로 신설 공장에 투입할 고급 인력이 비교적 풍부하지만, 여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은 공장을 가동하려면 희소한 핵심 고급 기술 인력 확보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한다. 기술이 곧 천문학적 돈으로 연결되는 이 산업 특성상 고급 인력에 대한 갈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에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첨단 공정에 참여한 핵심 인재는 다른 기업이 볼 때, 얼마의 비용을 제공하더라도 꼭 영입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이것이 인재 유출의 가장 큰 배경이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력이 해외 경쟁사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 유출은 국가의 경제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AI 반도체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로,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전직 연구원이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사건은 국경 없는 기술 경쟁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지만,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2020년 이후 반도체 공급망이 문제가 된 이래 유사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전 부장이 중국 D램 제조사에 입사한 뒤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유출한 사건, 삼성전자 연구원이 17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기업에 빼돌린 사건,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14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인텔에 넘긴 사건 등이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인사제도와 조직문화도 인력 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보유한 기술에 따라 차등을 두지만, 국내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고, 기술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성과보다 연차나 출신학교 등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고, 연구개발 부서의 권한과 자율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기술력이 뛰어난 인력들의 진급과 창의성을 제한하고, 해외 기업들로의 이직을 유도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를 고려하면 보유 기술의 생존 주기가 짧아, 인생 후반부까지 보유 기술을 회사에서 존중받기 어렵다고 보고 가진 기술이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을 때, 이직이나 전직을 하게 된다. 이는 해당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배신이지만, 경제적 여유와 노후의 보장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기술 유출을 유도하는 경쟁국의 스카우트도 공격적인 것도 쉽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한다. 특히, 반도체 핵심 기술 인재 영입에는 국익이 최우선이다. 이제 모든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지원금과 세제 혜택으로 기업들에 기술 개발과 인력 영입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 인재의 유출을 초래하는 원인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은 수십 년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의 산물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술 유출은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보상을 무너뜨린다. 이는 기업의 동기와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기술 혁신을 방해한다.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우선,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력 유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인사제도와 조직문화의 개선하고, 법적·제도적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성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력을 평가하고 보상하고, 연구개발 부서의 권한과 자율성을 높이고, 기술 인재의 진급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 정년 이후 임직원을 채용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고, 퇴직한 임직원을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보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기술 유출 수사와 처벌을 강하게 처리해야 한다. 영업비밀과 지적 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해야만, 기술 유출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고, 해외로 기술을 넘기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