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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스카우트 전쟁' 韓 반도체 기술유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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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스카우트 전쟁' 韓 반도체 기술유출 '비상'

반도체 부문 'K-두뇌 빼가기' 기승 우려
반도체 유출 지난해만 15건 적발…경쟁 업체 인력 빼가기 등 치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관련 업체들의 기술·인력 빼가기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수십년간 축적한 첨단 관련 기술 유출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 스카우트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사활을 건 HBM분야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최신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카우트 전쟁의 표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반도체 부문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총 38건이다.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사건 96건 중 39.6%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보니 기술유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기술유출 적발 건수는 15건으로 2019년 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 HBM 경쟁력을 기술유출 표적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이는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4세대 HBM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53%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9%)이 뒤를 이었다.

차세대 개발·양산 경쟁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그간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5세대 HBM3E 양산 소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단 36GB(기가바이트)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8단 24GB 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이렇다 보니 K-반도체는 산업 기술 유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 한 삼성전자 전 임원 등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국가 핵심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양형기준을 손질하고 손해배상 한도를 최대 다섯 배까지 올리는 등 처벌 실효성을 높이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술 유출 수법이 지능화되고 다양화하면서 차단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후발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재 포섭에 나선 것도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퇴직 후 2년간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전직 금지 약정서를 작성해도 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다른 기업에서 눈독을 들일만한 퇴직 임원에 대해선 일정 기간 고문, 상담역, 자문역 등 퇴직자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한다. 하지만 퇴직 직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도 없어 이직 사실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직을 파악했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처벌 강화와 같은 사후 대책뿐 아니라 핵심 기술과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예방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