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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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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 본격화

포스코인터, 1조1600억원 규모 영구자석 수주
중국 아닌 미국·베트남으로부터 원재료 확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송도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송도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글로벌 원자재·반도체 공급망 확대 기조에 맞춰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의 '쌀'과 같은 희토류 공급망 다각화로 향후 'K-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와 총 1조1600억원 규모의 희토류 영구자석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법인은 북미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9000억원 규모의 영구자석을 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독일법인은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 내년부터 오는 2034년까지 26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수주한 영구자석은 중국산 희토류가 아닌 미국·호주·베트남 등에서 조달한 원료가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각종 첨단산업 제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고,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전기차용 영구자석의 경우 8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원료를 공급받기로 한 호주·베트남 등은 희토류 매장량 각각 2위와 6위다.

영구자석의 생산은 성림첨단산업이 맡기로 했다. 성림첨단산업은 국내 유일의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업체로, 2014년부터 전기차용 영구자석 자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의 심장인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의 일종이다. 일반 자석 대비 자력이 수배에서 수십 배까지 강해 전기차 구동모터 80% 이상에 희토류 영구자석이 사용되고 있다.

업계도 이번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구자석 공급 계약이 대규모 수주를 통한 안정적인 모빌리티 사업의 확장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90% 이상 중국산 희토류가 차지하고 있는 영구자석 시장에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탈중국이 시급한 완성차 업계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향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영구자석 수주 외에도 친환경차 구동계 핵심 부품 공급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밸류체인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영구자석 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현재도 다수의 완성차 기업, 구동모터 제조사들과 추가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좋은 소식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