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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73)] 타이태닉이 침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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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73)] 타이태닉이 침몰한 이유

초호함 유람선 타이타닉호.이미지 확대보기
초호함 유람선 타이타닉호.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첫 출항에 나선 타이태닉호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1.5배나 큰 초호화 유람선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타이태닉호는 3년간의 제조 과정을 거쳐 터키식 사우나와 스쿼시 경기장, 수영장 등 온갖 시설을 갖춘 길이 269m, 높이가 20층이며, 증기기관 하나가 3층 가옥 크기였다.

이 선박엔 혁신 기술이 접목됐다. 이중 바닥, 16개의 방수 격실, 특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 설치됐다. 선박 건조 회사는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광고했다. 언론들은 '불침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항해에 나선 지 닷새 후 빙하와 부딪쳐 불과 2시간30분 만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1517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했다.
이 배의 선체는 1985년에서야 약 3700여m의 깊은 바다 속에서 발견되었고, 영국·미국 등 여러 단체에서 침몰 원인을 조사한 결과 불량 철강재가 주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타이태닉호가 순식간에 침몰한 결정적인 원인은 불량 리벳(철판을 서로 연결하는 데 쓰이는 대형 못)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체를 조사해 보니 빙하와의 충돌로 인해 생겼을 법한 큰 구멍이 없었고, 뱃머리 철판 6곳에서 얇은 틈만 발견됐다. 뉴욕타임스는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원이 발간한 책 ‘무엇이 타이태닉호를 침몰시켰는가’를 인용해 “불량 리벳이 타이태닉을 급속도로 침몰시킨 주범”이라고 보도했다.

타이태닉의 잔해에서 찾은 리벳 48개를 당시 만들어진 다른 리벳과 비교한 결과 타이태닉의 리벳들이 동시대 것들보다 슬래그(철의 강도를 약하게 만드는 찌꺼기) 성분을 3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리벳의 소재인 탄소강(carbon steel)이 제강 작업 과정에서 2~4배나 많은 황과 황화망간 성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빙산에 스친 가벼운 외력에도 저온취성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저항이 눈에 띄게 증가하여 변형을 무르게 하는 탄소강의 저온취성은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현상이다.
타이태닉호는 빙산과 충돌했을 때 두터운 강판이 유리처럼 부서진 것이 아니라 강판을 연결하는 리벳이 파괴, 탈락돼 강판이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이다. 타이태닉을 건조했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할랜드&울프사는 타이태닉 등 초대형 여객선 3척을 동시에 건조하느라 심각한 리벳 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선박용 리벳의 소재는 일반 철에서 훨씬 탄탄한 강철로 한창 바뀌는 때였다. 그러나 조선소는 리벳 구입난으로 인해 하중이 많이 걸리는 선체 중앙에만 강철 리벳을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일반철 리벳을 썼다.

또 리벳 제조 기술자가 부족해 숙련공 대신 기술이 떨어지는 리벳공들을 고용했다. ‘대충주의’가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최근, 그러니까 타이태닉호가 침몰한 지 100년이 넘은 21세기에도 리벳과 흡사한 역할을 하는 불량 볼트를 사용해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오래전 국내 삼성정밀 생산공장 신축 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대형 물탱크 파열·붕괴 사고가 났다. 원인은 지름 12㎜의 불량 볼트 때문이었다.

리벳이나 볼트의 불량 원인은 원자재인 열연선재의 성분 여하에 달렸다. 사고 다음 날 출근길에 경질 소식을 듣게 된 이 회사 대표이사에게는 ‘볼트 사장’이란 불명예가 붙었다.

그는 아마도 자신에게 큰 멍에를 안겨준 ‘볼트’가 KS규격에 맞는지 지휘·감독을 하지 못한 것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대충주의가 타이태닉을 침몰시킨 것처럼, 국가 공인 규격을 무시한 철강재 사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을 때에는 치욕을 겪게 된다. 재앙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