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건조기·TV·에어컨 등 최근 AI 신제품 출시 시기와 제품 라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TV 출시 시기를 놓고도 경쟁을 벌였다. 이번엔 LG가 선수를 쳤다. LG전자가 지난 13일 새로운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LG QNED TV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도 이틀 뒤인 15일 '2024년형 QLED 8K·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선보였다.
신제품 라인도 겹치고 있다. 세탁기능과 건조기능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세탁·건조기부터 TV, 에어컨까지 한곳에서 먼저 출시하면 다른곳에서 동일제품을 뒤이어 바로 출시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가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직접적으로 상대기업을 겨냥하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국내 시장에서 77인치 OLED분야에서 이미 경쟁사 점유율 넘어섰다"고 말하자 LG전자는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LG전자 측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아시아 시장 70인치대 OLED TV 점유율 자료를 통해 "용 사장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내 가전 시장 1위의 자존심을 둘러싼 양사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사의 가전시장 1위 자존심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60년대부터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된 양사의 경쟁 구도는 무려 5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일화들도 다양하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 국내 가전업체 겨냥한 무차별적인 소송이 잇따르는데도 불구,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가 광고와 다르거나 결함이 있다면서 꾸준히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의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글로벌 AI가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국내 가전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소비자 소송, 특허 소송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