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LG전자, AI 家戰 불 붙었다

공유
0

삼성·LG전자, AI 家戰 불 붙었다

출시 시기·제품분야 등 경쟁하며 제품 출시…상대업체 직접 비교하기도

동시에 세탁건조가 가능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콤보'(왼쪽)와 LG전자의 'LG시그니처 세탁건조기'(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동시에 세탁건조가 가능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콤보'(왼쪽)와 LG전자의 'LG시그니처 세탁건조기'(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
국내 가전산업의 빅2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AI) 가전 시장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최근 양사가 AI기능을 갖춘 2024년형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판매와 마케팅 대전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AI 가전 시장에서 한번 밀리면 향후 다른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뒤쳐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건조기·TV·에어컨 등 최근 AI 신제품 출시 시기와 제품 라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의 AI 신제품 출시 신경전은 최근 세탁·건조기에서 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콤보 설명회를 진행하고, 신제품 판매 나서자 LG전자는 이틀 뒤인 13일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국내 출시 소식을 알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TV 출시 시기를 놓고도 경쟁을 벌였다. 이번엔 LG가 선수를 쳤다. LG전자가 지난 13일 새로운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LG QNED TV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도 이틀 뒤인 15일 '2024년형 QLED 8K·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선보였다.

신제품 라인도 겹치고 있다. 세탁기능과 건조기능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세탁·건조기부터 TV, 에어컨까지 한곳에서 먼저 출시하면 다른곳에서 동일제품을 뒤이어 바로 출시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가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직접적으로 상대기업을 겨냥하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국내 시장에서 77인치 OLED분야에서 이미 경쟁사 점유율 넘어섰다"고 말하자 LG전자는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LG전자 측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아시아 시장 70인치대 OLED TV 점유율 자료를 통해 "용 사장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내 가전 시장 1위의 자존심을 둘러싼 양사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TV(왼쪽)와 LG전자의 LG 올레드 에보(G4)(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TV(왼쪽)와 LG전자의 LG 올레드 에보(G4)(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


양사의 가전시장 1위 자존심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60년대부터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된 양사의 경쟁 구도는 무려 5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일화들도 다양하다.
2012년 냉장고 용량 논란과 2013년 에어컨 시장 1위 논쟁이 대표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2014년에 일어난 ‘세탁기 파손’ 사건이다. 2014년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다고 삼성전자가 독일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LG전자는 맞고소로 이에 대응했고 다음해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합의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2016년에는 4K TV에 이어 2019년에는 8K TV 화질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 국내 가전업체 겨냥한 무차별적인 소송이 잇따르는데도 불구,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가 광고와 다르거나 결함이 있다면서 꾸준히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의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글로벌 AI가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국내 가전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소비자 소송, 특허 소송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