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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이민자에 최대 180만달러 벌금 부과…‘자진 출국’ 압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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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이민자에 최대 180만달러 벌금 부과…‘자진 출국’ 압박 강화

엘살바도르 출신의 이민자인 웬디 엘리자베스 오르티스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레바논 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엘살바도르 출신의 이민자인 웬디 엘리자베스 오르티스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레바논 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최종 추방 명령을 받고도 미국을 떠나지 않은 이민자 약 4500명에게 벌금 부과 통지서를 발송했으며 그 합계는 5억 달러(약 6조8500억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야후뉴스가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불법체류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강제 추방보다 벌금 부과를 통해 스스로 떠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하루 998달러(약 136만7260원)씩, 최대 5년치까지 누적 계산돼 적용된다. 이에 따라 벌금 총액이 180만 달러(약 24억6600만원)에 이르는 사례도 이미 발생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이민 변호사 8명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천 달러에서 180만 달러까지 벌금 통지를 받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레바논에 거주하는 32세 여성 웬디 오르티스는 6세 자폐아 아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육류가공공장에서 시간당 13달러(약 1만7810원)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출신인 그는 자국의 폭력적인 전 남편과 갱단의 위협을 피해 도피해 왔다. 오르티스는 “이건 불공평하다”며 “누가 그런 돈을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트리샤 맥로플린 미국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지난달 “불법 체류자는 스스로 떠나야 한다”고 밝혔으며 벌금 부과는 1996년에 제정된 법률에 근거해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처음 시행됐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에 이 제도를 폐지했으나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번 벌금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부과하고 있으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벌금 징수와 자산 압류 등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CBP 관계자는 “집행을 위한 물리적, 행정적 절차가 여전히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의 이민변호사 로버트 스콧은 “25년간 미국에 거주해온 멕시코계 여성 고객이 180만 달러(약 24억6600만원) 벌금 통지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사기 문서인 줄 알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2013년에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미국 시민인 뉴욕 거주자 로사도 유사한 사례를 겪었다. 그의 온두라스 국적 남편은 2018년 자진 출국 명령을 받았지만, 로사가 자궁암 진단을 받으면서 떠나지 못했고, 결국 5000달러(약 685만원)의 벌금을 통보받았다. 로사는 “한 가지 일을 겨우 넘기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진다. 이민 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오르티스 측 변호사인 로시나 스탐보는 “그는 자폐아를 돌보는 어머니로, 범죄 기록도 없다. 정부가 그 모든 배경을 알고 있음에도 벌금을 부과한 것은 도를 넘은 처사”라며 “벌금 취소를 위한 30일 연장 신청을 했고 법원 대응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시민과 결혼해 합법 체류 자격을 신청 중인 이민자들에게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어 법적으로도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