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철태만상(76)] 고철 딜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법

공유
0

[철태만상(76)] 고철 딜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법

탄소 배출세 제도가 시작된 후 고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탄소 배출세 제도가 시작된 후 고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에서 가장 큰 전기로 철강업체 중 하나인 스위스 스틸은 친환경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철 딜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전과 다른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탄소 배출세 제도가 시행되자 고철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위스 스틸은 매년 220만t 이상의 철 스크랩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유럽 철강기업들이 철광석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과 다른 시스템으로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 철광석은 탄소 집약적인 원자재이지만 철 스크랩은 철광석보다 탄소 배출이 4분의 1에 불과해 친환경 설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고로 메이커의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 중립시대에서는 철 스크랩 공급자가 갑이 된다. 철 스크랩은 항상 남아도는 폐기물이 아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30년부터 연간 1500만t의 스크랩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 스크랩 기업들의 위상이 커진 만큼 안정적으로 철 스크랩을 확보하고 제강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일은 전기로 메이커의 최대 과제다. 어떻게 하면 스크랩 딜러와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전기로 메이커의 우선 과제로 대두된 셈이다.

스위스 스틸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t당 철 스크랩 가격만 협상했지만, 이제는 철 스크랩 딜러가 공급한 스크랩 덕분에 품질 좋은 철강제품을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별도의 보상을 주고 있다.

제강 공정에 품질 좋은 철 스크랩을 가장 적절한 시간에 공급했을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스크랩 업체는 더 이상 을의 위치에서 제강사들에 굽신거려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위스 스틸은 스크랩 업체를 시스템 서비스 제공업체로 격상시켰다.

'친환경 철강' 생산은 스크랩 딜러가 제공하는 스크랩의 품질에 좌우되므로 스크랩 업자와의 관계개선은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다. 스위스 스틸은 현재의 철 스크랩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5단계 공정 성숙도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고품질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려면 금속 가공에서 나온 새로운 철 스크랩 재료에 정확한 성분이 분명한 합금 첨가물을 사용해야 한다. 원자재인 철 스크랩부터 어떤 성분을 갖고 있는지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고품질의 철강 생산은 더욱 원활해진다.

스크랩을 가치 있고 값비싼 원자재로 간주하는 스위스 스틸의 안목이 반짝인다. 또 하나, 스위스 스틸은 환경 발자국 감축을 위해 유럽 전역에서 스크랩 운송을 해왔던 비효율적인 관행을 완전히 없앴다. 철 스크랩 구매 제1원칙을 운송거리 최소화에 두었다. 이 방침은 지역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위스 스틸은 독일·프랑스·스위스 등에서 조달하는 대부분의 스크랩 이동 반경을 50~100㎞ 이내로 한정했다. 철 스크랩을 좀 더 안정적이고 타이밍에 맞춰 공급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스위스 스틸은 스크랩 딜러를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라 전기로 메이커와 완전 통합된 시스템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데이터 분야에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만든 스위스 스틸의 친환경 전략이다.

스위스 스틸은 철 스크랩 성분 검색을 디지털화했다. 스위스 스틸의 철강공장과 스크랩 공급업체 그리고 여러 대학과 협력해 입고되는 스크랩의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친화적이어서 스위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철소에 납품되는 스크랩 유형을 미리 예측하고, 납품과 생산, 철강 품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한국 전기로 메이커에 벤치마킹의 본보기가 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